72타수 34안타 타율 .472. 콜로라도 로키스의 외야수 찰리 블랙몬(Charlie Blackmon)이 13일(한국시간)현재 기록중인 타격성적이다. 찰리는 13일 콜로라도 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네 타석에서 안타를 하나도 못쳤는데 5할 타율에 육박한다(이 경기 직전 타율은 정확하게 .500).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블랙몬은 60경기 초미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리그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2일 기준,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지난 반 세기동안 17경기 이상을 치르고 타율 5할을 유지한 다섯번째 선수가 됐다. 이런 괴물 같은 선수들이 누가 있었느냐면 2005년 베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997년 래리 워커(콜로라도 로키스), 1983년 로드 커루(애너하임 에인절스), 1970년 토니 페레즈(신시내티 레즈)등 4명.
블랙몬이 기록한 34안타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경기를 5경기 밖에 치르지 못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단 전체가 기록한 수에 육박할 정도다. 이쯤되면 꿈의 타율 4할에 도전할만하다(물론 60경기 미니시즌이라 빛을 크게 보긴 어려울지라도).
이런 블랙몬에게 언론이 달려드는건 당연한 일. 그가 남긴 몇 마디 말을 좀 정리해봤다.
올시즌 당신의 타율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찰리는 “시즌 전체를 조망할 여유가 없다”며 딱 잘라 말했다. 찰리는 “그저 상대가 던지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할 뿐이다”라며 겸손한 태도로 답했는데, 이 선수 태도가 원래 이렇다. 잠시 예전 사례를 인용해보자. 로키스의 동료 놀란 아레나도가 슈퍼 맥스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찰리는 “우리팀의 주인공은 놀란이다. 그가 없다면 나도 올스타 외야수로 성장할 수 없었다”며 외모와 달리 겸허한 인터뷰를 남겼다. 찰리는 리그 전체가 화들짝 놀라고 있는 그의 타율에 대해서도 반색하지 않고 늘 그렇듯 평온하다.
왜 리그 전체가 화들짝 놀랄까. 조금 더 구체적인 스토리를 살펴보자. 선수들 모두 몸이 덜 풀린 상태서 개막한 이번 시즌 12일 현재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평균 타율은 .235다. 2할 5푼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인데 찰리는 그 두배에 가까운 고 타율을 유지하고 있고(물론 모든 경기 출전했다), 1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 기간(15경기 구간) 성적은 60타수 34안타. 이 때 타율은 5할6푼7리를 찍었다. 더 놀라운건 그가 34안타를 치기 직전 성적은 12타수 1안타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시즌 시작전 “난 겁이난다. 이 병이 얼마나 오래 나를 괴롭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시즌 참여 자체에 대해 걱정이 많았던 그가 이제 가장 우려하는건 ‘체력’이다. 알다시피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는 산소포화도가 다른 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찰리는 “매년 반복한 일이지만 올 시즌만큼은 잦은 이동으로 인한 피로도를 쉽게 느낀다”며 시즌 소화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단은 찰리의 기록적인 타율 성적에 너무 신경을 쓰기보단 찰리의 건강과 최고의 콘디션을 위해 출전 시간을 조절해줄 필요가 있다.
끝으로 “히팅(Hitting)의 노하우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찰리의 답을 들어보자
“타석에서 볼 수 있는건 투수의 투구동작 뿐이다. 그가 직구를 던지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으로 보이면 힘차게 스윙하면 되고 유인구로 볼을 던지는 것으로 보이면 참으면 된다”. 이 대답을 보니 수능 만점자들이 “교과서대로 공부했을 뿐인데요?”라고 답을 했던게 떠오르는건 왜일까.
찰리 블랙몬 통산 타격성적 및 주요 수상
4164타석, 타율 .307, 홈런 175, 타점 531
2016, 2017 내셔널리그 실버슬러거(2회)
이달의 선수상 2회
이주의 선수상 6회
2014, 2017, 2018, 2019 내셔널리그 올스타(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