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목)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자이언츠에게 승리했고, 다저스는 에인절스에게 패했습니다. 이 두 경기가 끝나고 파드리스는 드디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단독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아직 시즌은 진행 중이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위 바꿈이 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도 아닌, 막바지를 향하는 이 때 파드리스는 어떻게 디비전 1위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 이유를 파드리스 미화원으로 20년 넘게 일한 중년 직원의 일기장 한 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적혀있는지 같이 보실까요?

2025년 8월 15일 ..
“올 시즌도 이렇게 밋밋하게 그냥 끝나는거지?” 시즌 중반을 향하는 6월을 맞았을 때, 우리팀에서 위닝(Winnig) DNA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팬들 반응도 비슷했다. 야구장을 가득 채우긴 했지만 누구도 우리가 다저스를 압도하고, 포스트시즌에서 주인공이 될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하루 한 게임을 즐기는 그런 게임을 했을 뿐이었는데. 팬그래프스 사이트를 들쳐보니까 우리 미래는 더 우울했다. 그 전문적인 사이트는 우리가 가을야구에 진출할 가능성을 너무 짜게 점쳤다. 서부지구 우승확률에 대해선 단 1%의 가능성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 때 다저스는 진짜 강력했다. 그 얄미운 팀은 선발투수들이 줄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데도 압도적인 디비전 1위에 올라 있었다. 5할 승률을 기준으로 24게임이나 더 이긴 상태였으니까..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 있다보니 TV를 켜면 우리 소식보다 다저스 소식이 더 많이 들렸다. “스넬이 돌아오고, 글래스노우가 복귀하고, 맥스 먼시가 건강하게 회복하면 누구도 그들을 막아설 수 없다”는 그런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이달 초로 기억하는데, 우리팀 전담 캐스터인 돈 오르질리오가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린 어제도 이겼고, 오늘도 이겼습니다. 내일도 이길 거 같은데요.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죠?” 그 말을 들을때까지만 해도 사실 실감하지 못했다. 자이언츠는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지만 우린 그냥 밋밋하게 2위를 유지할 것만 같았으니까. 그런데 매일 이기고 있다고? 궁금해서 최근 성적표들을 좀 찾아봤다.
6월 말부터 35경기만 놓고 보면 우리팀은 23승이나 올리고 있었다. 승률이 6할5푼을 넘길 정도로 이기는 날이 훨씬 많았다. 근데 다저스는 같은 기간 12승만 기록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저스는 에인절스와의 원정 시리즈에서 3연패 스윕을 당했다. 이 팀은 올 시즌 에인절스에게 6전 전패로 처참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런데 우리는 자이언츠를 상대로 시리즈를 따냈고, 믿기 어렵게도 디비전 단독 1위에 올랐다. 물론 잠시 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팀과 다저스는 이번 주말 다저스타디움에서 3연전을 치르고, 다음 주말에는 펫코파크에서 3연전을 치른다. 이 6게임이 지나고 나면 디비전 챔피언이 누가 될지 윤곽이 그려질 거 같은데.. 정말이지 올해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길 바란다. 나는 운좋게도 2006년부터 파드리스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우리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 건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서로 대화할 때도 “어쩌면 이번 시즌 우리가 1등하려나? 이런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팀은 어떻게 이렇게 잘하고 있는거지? 난 구단 성적과 통계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찬한 건 ‘불펜의 힘’이었다. 그치. 맞는 말이다. 우리 팀에는 애드리안 모레혼도 있고, 제이슨 애덤도 있다. 또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로버트 수아레즈도 있으니까. 이 세명은 이번 시즌 올스타에도 뽑혔다. 그런데 동료들이 칭찬하는 선수는 제레미아 에스트라다와 데이비드 모건이었다. 놀랍게도 에스트라다는 7월 한 달간 방어율이 0.5에 불과했다. 일부 팬들에겐 이름이 낯선 올해 신인 데이비드 모건도 1.20으로 높은 수준의 방어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팀 프렐라 단장이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메이슨 밀러라는 괴물 불펜 투수를 또 데려왔다. 전문가들은 우리팀 불펜 뎁스가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비교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불펜데이만으로도 가을야구 최고의 경기에서 1승을 확실히 거둘만한 그런 불펜의 힘을 갖춘 것 같으니까.

근데 불펜의 힘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뉴스 사이트를 뒤저보니 여기저기 ‘딜런 시즈’의 이름이 보였다. 사실 이번 시즌 우리팀은 리툴링을 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렐라 단장은 시즈를 시즌 중 트레이드 할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런데 시즈는 내내 죽쓰는 투구만 이어갔다. 이제 어느 팀도 시즈를 데려가겠다고 나서는 데가 없었다. 근데 그런 그가 지난 2경기에서 눈부신 호투를 이어갔다. 매체들은 우연이 아니라고 평가했는데 근거로 확실히 늘어난 커브 구사율과 효율성을 예로 들었다.
시즈는 시즌 초만 하더라도 커브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그게 어떤 부상과 관계가 있는지 아니면 완성도가 떨어져서인지 그런건 잘 모르겠다. 어쨋든 커브 구사율이 5%도 안됐고 단순한 구종 선택 때문에 많이도 얻어 터졌다. 시즈가 지난 11이닝 동안 커브 구사율을 20% 가까이 끌어올리면서 피안타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실점도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팀과 팬들이 시즈에게 바라는건 폴 스킨스처럼 던져 달라는 건 아니다. 그냥 가을야구에서 5~6이닝 1~2실점 정도로 버텨주면 더 바랄 것도 없다. 근데.. 이 바람이 어쩌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쉴트 감독이 선발 한 자리 고민은 좀 덜면 좋을텐데..

요즘 나는 일하다가도 잰더 보거츠가 타석에 들어서면 중계를 튼다. 우리팀은 최근 몇년 간 참 많은 슈퍼스타를 영입했었다. 보거츠는 그렇게 영입한 스타 플레이어들 중 가장 실망스런 선수였다. 우리팀에서 2억8000만달러나 받는 보거츠가 득점권에서 타점을 올리는 모습을 보는 건 캘리포니아에서 이틀연속 비가 내리는 날을 기다리는 것과 비슷할 만큼 보기 드문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적어도 요즘은 보거츠 없는 우리 타선은 상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보거츠의 공격 생산력은 지금 내셔널리그 타자들 가운데 베스트5에 속한다. 오타니보다 효율성이 좋은 타자다. 6월 이후 타율은 .320에 가깝고 장타율과 출루율도 톱클래스다.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보거츠가 등장하면 꼭 뭔가를 해줄것 만 같은데.. 꼭 뭔가를 해주고 있다.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진 모르겠다. 이제 겨우 며칠 간 시즌 1위에 올랐을 뿐인데 말이다. 각종 뉴스에선 다저스 몰락의 이유를 분석하기 바쁘다. 우리팀이 왜 잘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게 현실이긴 하니까. 우리보다 다저스 뉴스가 잘팔리는걸 어쩌나. 근데 이제 한번쯤 우리가 주인공이길 바란다. 당장 이번 주말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다시 디비전 2위로 내려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우리팀이 가을야구에서 뚜렷한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펫코파크에서 뭔가 큰 일이 벌어질것 만 같은 그런 계절이 가까워지고 있다.
* 파드리스 미화원 P씨는 글의 재미를 위해 만든 허구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