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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에어 캐나다 빈스 카터...One more time! Vinsanity!

by 더콘텐토리 2020.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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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카나다 빈스카터

 

‘it’s over. it’s over’

‘2000년 NBA 올스타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빈스 카터(Vince Lamar Carter)는 레전드급 덩크를 성공시킨 뒤 카메라를 보며 세리머니를 했다. 이날 카터는 역회전 윈드밀, 비트윈 더 렉 덩크 등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를 위해 NBA사무국이 슬램덩크 콘테스트를 부활시켰다는 말을 단 번에 이해시킨 퍼포먼스였다. 전세계에 스타의 탄생을 알린 장면이기도 했다.

‘is it over?’

카터는 당시의 화려한 등장이 무색하게도 허무한 퇴장을 앞두고 있다. 22번째 시즌을 맞이한 그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은퇴 투어'가 이뤄졌을 것이다. NBA에 인상 깊은 족적을 남긴 그가 팬들과 동료 선수들 박수도 없이 쓸쓸히 코트를 떠난다니 안타깝다.

덩크 콘테스트를 부활시킨 선수

 


‘Half-Man, Half-Amazing’이라는 별명답게 그는 폭발적인 운동 능력으로 화려한 덩크쇼를 보여준 선수였다. 1998년 데뷔와 동시에 그의 덩크쇼는 팬들을 사로잡았다.

포스트 조던을 찾던 NBA 사무국은 카터의 상품성을 놓치지 않았다. 사무국은 1997년 이후 없앤 덩크 콘테스트를 부활시켰다.

‘2000 NBA 올스타 슬램덩크 콘테스트’. 사무국 기대에 부응하듯 카터는 전세계 팬들에게 그가 누구인지 각인시켰다. 모두들 숨죽이고 지켜본 첫 덩크. 그는 림을 향해 돌진하더니 역회전 ‘윈드밀 덩크’를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let’s go home’ 그의 첫 덩크로 이미 이 콘테스트는 끝났다는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후 그의 사촌이자 팀 동료였던 트레이시 맥그레이디가 바운스로 띄운 공을 공중에서 잡아 ‘비트윈 더 렉 덩크’로 성공시켰다. 이 장면은 역대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최고의 덩크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 9월 25일 시드니올림픽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카터는 프랑스팀 센터 프레드릭 와이즈(키 218cm)를 뛰어넘는 슬램덩크로 세계 농구팬들을 경악시켰다. 와이즈는 저항 한 번 못해 보고 역사적 순간의 희생양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와이즈의 백넘버는 15번이었다.

당시 국가대표팀에서 같이 뛰었던 제이슨 키드(Jason Kidd)는 "내가 본 플레이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를 ‘le dunk de la mort(죽음의 덩크)’라고 표현했다.

빈스 카터는 NBA 올타임 넘버원 덩커다. 높은 점프력(서전트 점프 109.3cm), 긴팔을 이용한 윈드밀 궤적과 스피드, 우아하면서도 간결한 공중동작, 덩크 찍는 순간의 임팩트, 파워. 시간이 지나도 그의 덩크가 최고로 꼽히는 이유다.

그는 학창시절 배구선수로도 활동해서 점프력과 신체 컨트롤 능력이 뛰어났다. 스파이크 연습 덕분에 남다른 윈드밀 궤적과 스피드도 보여준다. 비슷한 점프와 비슷한 동작을 해도 카터의 덩크가 더 멋있어 보이는 이유다.

미국 현지에서는 4대 덩커로 줄리어스 어빙, 마이클 조던, 도미니크 월킨스, 빈스 카터를 꼽는다. 이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선수가 카터다.

하키의 나라에 퍼진 농구사랑

 


‘Air Canada’라는 별명을 붙여줄 만큼 토론토 팬들은 빈스 카터를 사랑했었다. 그는 NBA리그에서 북부 변방에 있던 토론토 랩터스(Toronto Raptors)라는 팀을 전세계에 알린 선수다.

랩터스는 캐나다 토론토에 연고지를 둔 팀이다. 캐나다는 농구보다는 하키를 사랑하는 나라였다. 카터가 입단하기 전까지 토론토는 농구팬들에게 생소한 지역이었다. 랩터스는 선수들이 기피하는 팀이었다.

빈스 카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인 '더 카터 이펙트(The Carter Effect)'에서는 그가 토론토라는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사무국은 카터의 상품성을 보고 랩터스의 경기를 전국 방송으로 배정하기도 했다. 전국 방송에 노출되면서 팬들은 토론토와 카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카터의 영향으로 농구 불모지와 같았던 캐나다에 농구 붐이 일었다. 이때 영향 받은 카터 키즈들이 NBA에 진출했다.

이 다큐에서 랩퍼 드레이크(Drake)는 “빈스 카터가 오지 않았다면 랩터스가 성장했을까. 캐나다 농구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토론토를 세간의 이목을 끌 도시로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상, 경영진과 불화, 태업 등으로 토론토와 카터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이별을 했다(2004-2005시즌 중 뉴저지 네츠로 트레이드). 하지만 여전히 올드팬들은 토론토하면 카터를 떠올린다.

허무한 마지막 시즌

 


2000년대 초중반 폭발적인 운동 능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는 무릎 부상으로 운동능력을 잃은 뒤에도 정교한 외곽슛 능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오랜 기간 NBA에서 살아남았다.

어느덧 리그 최고령자(43세)가 된 그는 1990년대에서 2020년대까지 4번의 10년 주기(decade)를 경험한 역사상 첫 번째 선수라는 기록을 썼다.

카터는 우승반지를 쫒지 않았다. 대신 플레이타임 보장에 중점을 두고 커리어를 이어왔다. 그는 2018-19시즌부터 8번째 팀인 애틀란타 호크스(Atlanta Hawks)에서 뛰고 있다.

아쉽게도 시즌 전적 20승 47패를 기록 한 애틀랜타는 동부컨퍼런스 8위 올랜도 매직(30승35패)에 11경기차 뒤져있어 올랜도로 초대받지 못했다. 애틀랜타의 2019-2020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카터의 마지막 시즌도 허무하게 끝났다.

지난 3월 12일 애틀랜타 스테이트팜 아레나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의 경기가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됐다. 당시 카터는 팀이 8점차로 뒤진 연장전 종료 19.5초를 남기고 교체 투입됐다.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로이드 피어스(Lloyd Pierce) 애틀랜타 감독이 카터를 투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고베어의 코로나19 확진 소식과 NBA 사무국이 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시즌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생각한 피어스 감독은 카터에게 마지막으로 코트를 밟을 기회를 줬다.

팀 에이스 트레이 영(Trae Young)은 카터에게 공을 양보했다. 상대팀 닉스 선수 중 누구도 그를 막지 않았다. 그는 3점슛을 성공시켰다. 카터의 현역 마지막 득점이자 NBA 개인 통산 2290번째(역대 6위) 3점슛 성공이었다. 동료들과 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는 경기 후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건가?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로 이상했다"며 소감을 밝히면서 눈물을 보였다. 이어 “농구는 나에게 좋은 친구였다”는 말을 남기고 인터뷰장을 떠났다.

카터의 커리어 마지막 득점을 어시스트했던 팀 동료 트레이 영은 4일 NBA 시즌 재개 방식이 확정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날이 오는 게 너무 싫다. 그는 22년 간 항상 최고 레벨에 있었다. 2년 간 코트 안팎에서 그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트레영은 카터가 NBA에 드래프트 된 해에 태어났다. 영의 아버지와 카터는 동년배다.

One more time! Vinsanity

 


카터는 공교롭게도 사상 초유의 직장폐쇄로 시즌이 50경기로 축소됐던 1998-1999시즌에 데뷔해 코로나19 사태로 소속 팀의 잔여 경기가 취소된 시즌에 은퇴하게 됐다. 카터가 이렇게 코트를 떠나는 건 아쉽다. 그의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다. 시즌 초 카터가 은퇴를 선언한 이상 이를 번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카터가 마음을 바꿔 팬들에게 한 번 더 그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본다. 한 시즌을 다 소화하기 어렵다면 폴 피어스의 은퇴 경기처럼 단일 계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NBA사무국에서 토론토 랩터스에게 카터의 은퇴경기를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4년 11월 19일 랩터스는 카터 방문 경기에서 그의 헌정 영상을 틀며 화해했으니 랩터스와 단일 계약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코트를 밟을 때 입는 저지가 공룡 저지가 된다면 완벽한 그림이 될 것이다.

토론토 홈구장 팬들 앞에서 마지막 덩크를 위해 도약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위대한 덩커의 새로운 여정에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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