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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New York Yankees

[MLB] 라이벌에서 양키스 듀오로, 애런 저지와 코디 벨린저

by 더콘텐토리 202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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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tentory 2025. 5. 19. 18:08에 작성된 기사입니다.

 

애런 저지(Aaron Judge)와 코디 벨린저(Cody Bellinger)가 같은 팀에서 뛴다면 어떨까.’

 

2017 시즌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해 봤습니다. 저지 벨린저는 2017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습니다. 둘은 각각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상징하는 신인 선수였습니다. 이들은 갓 데뷔한 신인이었지만 그 해 홈런레이스를 이끌면서 리그 흥행을 견인했습니다.

 

 

벨린저는 마이너리그에서 오래도록 담금질을 했습니다. 2013년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124번째로 다저스에 뽑힌 벨린저의 커리어는 ‘루키리그’부터 시작했습니다. 단숨에 트리플A로 승격하며 마이너리그를 씹어먹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에게 없습니다. 싱글A+, 더블A, 트리플A까지 차근차근 올라섰습니다. 드래프트 당시 85kg이었던 몸무게를 95kg까지 찌웠습니다. 그의 시그니처 스윙 궤적인 어퍼스윙도 이 때 만들었습니다. 벨린저는 2017 시즌 시작을 빅리그에서 하지 못했습니다. 시즌 중 콜업 되어 5월 말까지 35게임을 치르는 동안 11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LA다저스 역사상 가장 빠른 홈런 페이스를 기록한 신인으로 스포츠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저지는 벨린저 이상이었습니다. 5월 말까지 49경기에 출전한 저지는 17홈런, 타율 .326을 기록했습니다. OPS는 1.107로 MVP급 시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지와 벨린저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으면서 나란히 올스타전에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해 6월말까지 저지는 27개의 홈런을 친 상태였고, 벨린저도 24개를 치면서 홈런왕 레이스는 그 재미를 더해갔습니다(시즌 최종 성적은 이렇습니다. 애런 저지는 52개의 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코디 벨린저는 39개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2위).

 

 

이들 경쟁은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홈런더비’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두 선수는 홈런더비 1라운드를 이겨내고 준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먼저 타석에 들어선 벨린저는 12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저지는 시작 1분 만에 5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괴력을 선보였습니다. 승부는 1분여를 남겨두고 이미 13개의 홈런을 기록한 저지의 여유 있는 승리로 끝났습니다. 저지는 결승전에서 미겔 사노(Miguel Sano, 당시 미네소타 트윈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타 중의 스타로 우뚝 섰습니다.

 

저지와 벨린저의 뜨거운 경쟁은 2017시즌 여러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이들은 시즌이 끝나고 양 리그에서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커리어 궤적은 이 때의 홈런더비처럼 저지에게 무게 추가 기울어진 채로 이번 시즌까지 흘러왔습니다.

 

 

애런 저지는 2017시즌 이후 지금까지 양키스를 상징하는 슈퍼스타입니다. 2022시즌과 2024시즌 아메리칸리그 MVP에 오르면서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데릭 지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캡틴’으로 기억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벨린저도 다저스의 오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벨린저는 저지보다 빨리 2019시즌에 내셔널리그 MVP를 따냈습니다.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예상하지 못한 하락세가 찾아왔습니다. MVP 수상 이듬해 2020시즌 타율 .239, 2021 시즌은 .165까지 떨어졌습니다. 가파른 기량 저하로 그의 부활을 기대하는 전문가도 점점 줄었습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벨린저는 다저스를 떠나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2023 시즌 타율 .307, 26홈런, 97타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벨린저는 컵스와 3년 8000만달러 규모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벨린저는 매 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 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습니다.

 

2024시즌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 올랐습니다. 2009년 이후 첫 챔프 도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다저스의 벽을 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시즌 후안 소토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토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뛴 딱 한번의 시즌에서 타율 .288, 41홈런, 109타점을 올렸습니다. MVP급 퍼포먼스에 소토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양키스는 소토를 붙잡기 위해 대량 출혈을 감수하는 베팅을 했지만 소토의 최종 선택은 뉴욕 메츠가 됐습니다.

 

 

소토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양키스가 급히 선택한 플레이어는 코디 벨린저였습니다. 양키스는 트레이드 방식으로 컵스로부터 벨린저를 영입했습니다. 그에게 양키스는 낯선 팀이 아닙니다. 부친 클레이 벨린저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양키스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월드시리즈 반지도 이 때 끼게 됐습니다.

 

2017시즌을 달아오르게 한 리그의 아이콘 둘이 한 팀에서 뛰게 됐습니다. 벨린저는 후안 소토의 존재감을 잊기에 충분할 활약을 펼치고 있을까요? 이번 시즌 두 선수의 성적은 이렇습니다.

 

코디 벨린저: 155타수 타율 .258 7홈런 28타점 OPS .789

후안 소토: 167타수 타율 .246 8홈런 20타점 OPS .822

 

참고로 벨린저는 2019시즌 골든글러브를 받았습니다. 여전히 골든글러브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벨린저는 외야수는 물론 1루 수비까지 가능합니다. 반면 소토에게 골든글러브는 오랜 꿈으로만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겠죠.

 

컵스와 맺은 계약에 따라 벨린저의 잔여 연봉은 올해 2750만달러(이 중 500만달러는 컵스로부터 지원받음), 2026년 2500만달러입니다. 메츠가 후안 소토와 맺은 계약은 15년 7억6500만달러(1조 1000억여원)입니다. 적어도 이번 시즌 현재까지 가격 대비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선수는 벨린저입니다. 양키스의 소토 지우기(erase)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열린 ‘서브웨이 시리즈’에서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메츠와 3연전을 치른 양키스는 시리즈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시리즈 백미는 19일 열린 3차전 8회말이었습니다. 두 팀이 2-2로 접전을 이어가던 순간, 벨린저에게 만루 찬스가 찾아왔습니다. 앞선 타자 애런 저지가 고의 사구나 다름없는 볼넷을 얻어낸 뒤였습니다. 벨린저는 메츠의 좌완 불펜 투수 헤네시스 카브레라(Genesis Cabrera)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 슬램(만루홈런)’을 쳐냈습니다(스코어 8-2). 이 홈런으로 게임은 물론 시리즈 위닝까지 양키스에게로 기울었습니다.

 

 

이번 서브웨이 시리즈에서 코디 벨린저는 11타수 7안타 2홈런을 쳐내면서 주인공이 됐습니다. 양키스타디움을 꽉 채운 팬들이 외쳐대는 엄청난 야유가 한몫을 했을까요. 후안 소토는 시리즈 10타수 1안타 극악의 부진에 빠졌습니다. 소토가 17일 시리즈 첫 게임 첫 타석에 들어섰을 때 양키 팬들은 박수가 아닌 ‘우~’ 소리로 경기장을 채웠습니다. 머쓱해진 소토가 헬멧을 벗고 가벼운 인사를 전하자 야유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그를 대신한 벨린저는 보란 듯이 2017시즌의 그 모습을 재현해냈습니다.

 

애런 저지가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177타석을 소화한 현재 타율은 여전히 4할을 상회합니다. 15홈런에 41타점 OPS 1.241로 이미 MVP챈트가 경기장을 채웁니다. 벨린저는 저지의 후속 타자로 나오는 날이 많습니다. 상대팀 투수들은 저지와 정직한 승부를 펼치기 부담스러워 합니다. 벨린저에게 많은 기회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시즌입니다. 소토는 시즌 초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시즌 내 뒤에 최고의 타자(애런 저지)가 있었습니다. 그렇기 투수들은 저에게 공격적으로 나섰고 스트라이크 존에 더 많은 공을 던졌습니다.”

 

 

저지와의 승부를 피하려 했던 투수들은 소토를 상대로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야만 했습니다.그런 이유로 소토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소토가 양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제 그 기회가 벨린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소토 못지 않은 생산력이 벨린저로부터 파생되고 있습니다. 2017시즌 최고의 신인이 듀오로 나서고 있습니다. 양키스의 파괴력이 좀 더 진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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