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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주연이 되고 싶은 유타 재즈(Utah Jazz)

by 더콘텐토리 2020.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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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재즈(Utah Jazz)와 시카고 불스(Chicago Bulls)가 맞붙은 1998년 NBA 파이널 6차전. 재즈는 4쿼터 종료 직전까지 1점차로 앞서 있었고, 시리즈를 7차전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있었다.

불스의 4쿼터 마지막 공격을 지휘한 플레이어는 다름 아닌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조던은 하프코트를 넘어선 뒤 만화같은 크로스 오버 드리블로 수비수 브라이언 러셀(Bryon Russell)을 넘어뜨리고 오픈 찬스를 만든 뒤 역전 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장면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원토록 재생가능한 명장면이 됐다. 그리고 ‘The Last Shot’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The Last Shot’의 비참한 조연 역할을 해야 했던 재즈지만, 국내 스포츠 뉴스와 영상 등에 수없이 노출된 이 장면 덕분에(?) 유타 재즈는 한국 NBA팬들에게도 제법 익숙한 구단이 됐다. 다만 1998년 이후 재즈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일반 농구 팬들은 거의 없다.

1974년 유타 주 솔트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에 연고를 두고 창단된 재즈는 아직까지 NBA우승 경험이 없다. 1997년과 1998년 연달아 NBA파이널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불행하게도 2번 모두 조던의 희생양이 됐다). 1998년 이후 작년 시즌까지 4차례 디비전 우승을 하며 서부컨퍼런스의 중상위권 성적은 유지해왔지만 리그 우승은커녕 컨퍼런스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 재즈가 2019년 여름 대권을 향한 큰 그림을 그렸다.

1. 2019-20 시즌 우승을 꿈꾸다!

재즈는 도노반 미첼(Donovan Mitchell)과 루디 고베어(Rudy Gobert)라는 리그 A급 수준의 플레이어 두 명을 주축으로 지난 여름 선수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도노반 미첼. 2017년도 1라운드 13픽으로 유타 재즈에 입단한 미첼은 비교적 낮은 순위로 뽑힌 신인이었으나 2017-18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76ers)의 벤 시몬스(Ben Simmons)와 시즌 종료 때까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인 바 있다. 그는 이제 클러치 상황에서 믿고 슛을 주문할 수 있는 스타로 성장했다. 그리고 올 시즌 모든 공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 2019-20시즌 도노반 미첼 성적: 25득점, 4.5 리바운드 4.4 어시스트

루디 고베어. 골밑에서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는 센터 중 한명이다. 2017-18, 2018-19 시즌 연속 올해의 수비선수로 뽑힌 고베어는 NBA역사상 가장 훌륭한 수비형 센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올 시즌 수비리바운드 10.7개를 비롯해 리바운드 14.4개를 잡아내고 있는데, 이는 고베어의 커리어 최고 기록이다.

위 두 명의 선수를 바탕으로 재즈는 오프시즌에 취약 포지션을 아주 효율적으로 보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즈가 지난 시즌 가장 고민했던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 자리였다. 단테 엑섬, 라울 네토, 조지 힐, 리키 루비오 등 수많은 포인트 가드들로 약점 극복을 시도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는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프시즌에  수준급 포인트 가드인 마이크 콘리(Mike Conley Jr.)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 콘리는 리그 13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 가드이자 매 시즌 20+득점과 상대팀 동 포지션 에이스의 수비도 가능한 포인트 가드다.

재즈는 그레이슨 앨런, 재이 크라우더, 카일 코버 그리고 2019년 드래프트 전체 23순위 지명 신인 다리우스 베이즐리, 그리고 미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1장과 약 600만 달러의 현금까지 얹어 콘리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슈팅가드 포지션은 보얀 보그다노비치(Bojan Bogdanovic)를 FA 영입으로 채웠다. 보그다노비치는 지난 시즌 빅터 올라디포(Victor Oladipo)가 부상으로 빠진 인디애나 페이서스(Indiana Pacers)의 제1 득점 옵션으로 활약했던 슈터다. 그가 기록한 통산 3점슛 성공률 38.9%에서 알 수 있듯 재즈의 외곽을 책임져 줄 자원으로 낙점 받았고, 4년 731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기간과 규모에서 알 수 있듯 구단 입장에선 엄청난 혜자 계약이다.

그리고 벤치 로스터 강화를 위해 뉴욕 닉스(New York Knicks)로부터 엠마누엘 무디아이(Emmanuel Mudiay)까지 영입하며 재즈는 단숨에 대권을 노릴 수 있는 팀 중 하나가 됐다.

2. 기대와 다른 시즌 초반, 콘리의 부진

팬들과 언론이 재즈의 고공비행을 예측한 첫번째 근거는 마이크 콘리의 영입이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콘리는 팬들이 기대한 모습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콘리는 오픈찬스에서 많은 슈팅을 놓쳤다. 슈팅에 자신감이 떨어진 콘리는 급기야 오픈 3점슛 찬스 상황에서 슛을 던지지 못하고 다른 동료를 찾는 모습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재즈 선수들은 이런 콘리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 마이크 콘리 성적 비교
▶2018-19시즌 성적: 21.1 득점 6.4 어시스트 TS %: 58.8%
▶유타 재즈 영입 후 첫 8경기 성적: 12.8 득점 3.6 어시스트 TS % : 50.2%
* TS % : 3점슛과 자유투에 보정을 가한 슈팅 효율성 지표

재즈는 지난 11월 중순, 약체로 평가받는 멤피스와 미네소타에게 잇따라 패배했다. 11월 26일과 28일에는 동부컨퍼런스의 강호 밀워키와 인디애나에게 연패를 당했다. 특히 11월 16일 멤피스 원정경기 패배는 뼈아픈 기억이 됐다. 멤피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마이크 콘리와 멤피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떠오르는 자 모란트(Ja Morant)의 동 포지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모란트는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줬고 콘리는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친정 팬들의 격려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직후 모란트와 콘리가 악수하는 모습은 그 날 주요 매체의 스포츠 톱 스토리로 보도됐는데 주인공은 모란트였다. 1998년 마이클 조던 주연의 드라마에 빛나는 조연이었던 재즈는 적어도 이 날 경기에서 만큼은 모란트 주연의 드라마 조연 역할에 불과했다. 이겨야 할 팀에게 지고 강팀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인 재즈를 우승후보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는 없었다.

 


3. 반등하는 재즈, 강해진 벤치

콘리는 첫 5경기에서 평균 12득점에 그쳤지만 이후 14경기에서 14.6득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다. 필드골 성공률도 같은 32.3%에서 37.4%로 높아지며 효율성도 개선됐다. 콘리의 변화와 함께 재즈의 승수도 쌓여갔다. 12월 12일 부터 22일까지 5연승을 달렸고, 12월 27일부터 1월 7일(한국시간) 현재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재즈는 24승 12패를 기록하며 서부컨퍼런스 5위에 올라있다. 2위 덴버 너게츠(Denver Nuggets)와는 단 1게임차에 불과하다. 재즈는 어느새 모든 팀들이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강팀의 반열에 올라섰다. 한편 재즈는 홈에서 13승 3패를 기록 중인데, 이는 서부컨퍼런스에서 최고의 홈 승률이다.

위에서 살짝 언급한 콘리의 반등과 재즈의 성적 향상은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콘리는 현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재즈는 성적 반등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12월 24일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Cleveland Cavaliers)로부터 조던 클락슨(Jordan Clarkson)을 영입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리그 최초의 트레이드였다. 재즈는 콘리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시키는 벤치 득점원 수급이 필요했다. 그동안 벤치 득점을 책임져야할 무디아이와 조 잉글스(Joe Ingles)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클락슨은 올 시즌 캐벌리어스 소속으로 29경기를 뛰며 평균 14.6득점 2.4 리바운드 2.4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의 평균 출전시간이 23분이 채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14+득점은 엄청난 효율이다. 이런 클락슨의 영입은 재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았다.

▣ 조던 클락슨의 2019-20 시즌 성적 비교

▶유타 재즈 소속 : 출전시간  24.4분, 평균 13.8득점, 3점슛 성공률 41.2%, 1.7 리바운드 1.0 어시스트
▶클리블랜드 소속 : 출전시간 23.0분, 평균 14.6득점, 3점슛 성공률 37.1%, 2.4 리바운드, 2.4 어시스트

클락슨은 캐벌리어스에서 뛸 때에는 공, 수에서 벤치 에이스 역할을 주문받았다. 반면 재즈가 기대하는 역할은 보다 많은 외곽 3점 슛을 통한 상대 수비 분산과 다른 벤치멤버들과의 시너지 효과다.

클락슨 영입 후 재즈는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홈), LA클리퍼스(원정),  디트로이트 피스톤스(홈), 시카고 불스(원정), 올랜도 매직(원정),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원정)와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해당 구간 승리의 원동력은 ‘벤치(세컨 유닛)’다.

클락슨 단 한명의 변화로 재즈 벤치 생산성은 크게 개선됐고 그 중심에는 3점슛이 있었다. 클락슨이 영입되기 전까지 재즈의 벤치 멤버 중 위력적인 오픈 3점 슈터는 조 잉글스 뿐이었다. 자연스럽게 잉글스를 향한 외곽 수비가 집중됐고, 온 코트에서 볼은 효율적으로 돌지 않았다. 하지만 클락슨이 코트에 서자 외곽 수비는 분산되기 시작했고, 이 효과로 잉글스와 무디아이 거기에 조지 니앵까지 3점슛이 터지기 시작했다. 재즈의 벤치멤버들은 세 경기 연속 3점슛 6개를 성공시키며 총 18개의 3점슛을 터뜨렸다. 해당구간 상대팀 벤치멤버들의 3점슛 성공 개수는 9개다.

클락슨 영입 후 재즈의 벤치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상으로 잠시 팀을 이탈한 콘리가 복귀하면 조 잉글스도 벤치멤버로 돌아간다. 그가 가세한 벤치 생산력은 더 개선 될 것이고 재즈는 더 강해질 것이다.

유타 재즈가 2019-20시즌을 앞두고 그린 큰 그림은 이제 제법 현실에 가까워졌다. 서부컨퍼런스의 우승후보 LA레이커스, LA클리퍼스, 휴스턴 로케츠, 덴버 너게츠가 유타 재즈와 7차전 시리즈를 갖는다고 가정했을 때 재즈의 일방적인 패배를 예상하는 전문가는 이제 많지 않을 것이다(재즈의 압도적인 홈승률을 기억하자).

앞으로 유타 재즈가 경계해야 할 것은 선수들의 부상이다. 지금의 로스터가 부상 없이 플레이오프를 맞이하게 된다면 재즈는 분명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팬들은 부상에서 돌아올 마이크 콘리가 그리즐리스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다가올 봄, 16개의 팀이 진출하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유타 재즈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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