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다시 한 번 웃었다. 토트넘은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의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2골을 먼저 내주며 끌려갔으나 4골을 몰아쳐 승부를 뒤집었다. 이로써 토트넘은 지난 23일 웨스트햄과의 EPL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이후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기분 좋은 2연승을 이어갔다.
올림피아코스와 토트넘간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 데뷔전으로 치러진 지난 웨스트햄 전과 마찬가지로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색깔이 그대로 묻어났다. 후방 빌드업과 볼 점유율에 신경 쓰기보다는 직선적이고 빠른 전개로 골을 만들어내는 실용주의 축구 그대로였다. 과연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토트넘의 전술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일까. 토트넘은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우선 스카이스포츠의 아담 베이트와 디애슬레틱의 마이클 콥이 분석한 토트넘의 전술 변화를 보자
1.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테)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특징은 포백 앞에 더블 볼란테를 세워 수비를 두텁게 하는 것이다. 이는 밑에서도 얘기하겠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의 수비부담을 줄여 포워드에게 볼을 넘기는 역할에 전념토록 할 수 있다. 토트넘에서는 알 리가 그 역할을 한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넘버10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번뜩이는 창조성을 갖고 있는 알리에게 자유를 줘 알리의 창의적 플레이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수비적으로는 더블 볼란테가 포백의 앞에 자리함으로서 비대칭 풀백이 공격으로 전진할 때(직전 두 경기에서는 오리에의 전진이 두드러졌다) 비어있는 공간을 커버함으로써 수비를 더욱 두텁게 만들 수 있다.
2. 알리에게 부여한 최상의 역할
한 때 부진의 늪에 빠졌던 알리가 살아나고 있다. 2015년 3부리그 MK돈스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해 온 초창기의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알리의 수비부담이 줄어들어 가능해진 일이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후 “내가 알고 있는 델리알리가 돌아왔다. 과거 그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능이었다. 그는 내가 그에게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해냈다”며 기뻐했다. 무리뉴 감독의 데뷔전인 지난 웨스트햄 전에서 경기 초반 알 리가 침투하는 헤리케인에게 찔러 준 패스는, 비록 오프사이드로 골이 무산되었지만 알리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루카스 모우라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에게 연결해준 알리의 패스는 그의 투쟁심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과거의 알리로 되살아나고 있음을 팬들에게 상기시켰다.
3. 무리뉴는 헤리케인을 춤추게 한다.
케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선수지만 무리뉴 감독은 케인에게 디디에 드록바, 디에고 코스타 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같은 강력한 공격수로 플레이하도록 지시한다. 알리를 케인과 가까운 쪽에서 플레이하도록 하고 중앙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케인은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그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 할 수 있다는 것을 무리뉴 감독에게 입증했다. 그는 이날 최근 3개월 내에 가장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10.96km를 뛰었다. 그는 어디에나 있었고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 우위에 있었다. 스카이스포츠 아담 베이트는 “아마도 케인은 무리뉴 감독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케인의 왕성한 활동이 무리뉴 감독을 만족시켰을 것으로 예상했다.
4. 의도적인 비대칭 전술
무리뉴 감독은 웨스트햄 전과 올림피아코스 전에서 비대칭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웨스트햄 전에서는 왼쪽 풀백 벤 데이비스, 올림피아코스 전에서는 로즈의 공격 가담을 최소화하게 한 반면 오른쪽 풀백 오리에에게는 활발한 공격 가담을 주문했다. 특히 웨스트햄 전에서 데이비스는 전진하기보다는 센터백 쪽으로 붙어 수비와 공 전개에 주력했는데 패스 성공률이 일반의 센터백들에게서 나오는 90.5%에 달했다. 이는 센터백 산체스(9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반대편 풀백 오리에의 패스 성공률은 83.7%였다.
무리뉴 감독이 두 풀백을 다르게 활용한 건 두 선수의 특징이 다른 이유기도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공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과거에도 시도했던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특징이기도 하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유 시절에도 좌우 풀백의 깊이를 의도적으로 달리 하는 비대칭 포메이션을 활용하곤 했다. 좌우 풀백이 동시에 공격 가담하거나 동시에 수비로 내려올 때 발생할 수 있는 공수 균형의 균열을 막기 위한 전술이었다
5. 전술의 단순함
포체티노 체제의 토트넘과 무리뉴의 토트넘의 큰 차이는 단순함이다. 후방 빌드업을 중시했던 포체티노와 달리 수비를 두텁게 하고 직선적인 움직임과 빠른 역습을 강조하는 게 무리뉴 감독과 포체티노 감독과의 차이다. 때로는 단순함이 세밀함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수들의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갖고 있는 장점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리뉴 감독은 “우리는 때때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선수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는 실수를 한다. 나는 가급적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전술의 단순화에 가장 빨리 적응한 선수는 알리다. 알리는 현재 자신에게 부여된 프리롤에 만족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고 있다고 무리뉴 감독은 설명한다.
무리뉴 감독은 그동안 전술의 변화가 적고, 그 전술이 한 물 간 전술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무리뉴 감독 부임 후 가진 토트넘의 두 경기도 기존의 전술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무리뉴 감독이 이 전술로만 시즌을 치르지는 않겠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리뉴 감독과 토트넘의 동행은 가능할까. 포체티노 감독이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성급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으로는 토트넘과 무리뉴의 궁합은 잘 맞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풀백에서 일부 문제를 노출하고는 있지만 무리뉴 감독의 전술은 토트넘의 기존 자원으로도 충분한 파괴력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승부사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에게 트로피를 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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