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BA

‘안방의 왕’ 식서스(76ers), 리그의 왕이 될 수 있을까

by 더콘텐토리 2020. 6. 13.
SMALL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Philadelphia 76ers, 이하 식서스)의 팀명은 1776년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Philadelphia)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것에서 유래됐다. 세븐티식스(76)만큼은 아니지만 서티식스(36). 이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지도 어느덧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필리건. 필라델피아의 광적인 스포츠 팬덤을 의미하는 단어다. 메이저리그의 필리스(Phillies), 풋볼의 이글스(Eagles), 그리고 하키의 플라이어스(Flyers)까지 필라델피아를 연고로 하는 구단들을 향한 필라델피아 시민들의 열정은 스포츠에 대한 단순한 애정 그 이상이다. 우승에 굶주린 식서스팬들은 작년부터 ‘어쩌면 올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희망찬 꿈을 꾸고 있다.

14-0. 한국시간으로 19일 마이애미 히트(Miami Heat)와의 홈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식서스는 홈에서 치른 14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홈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간 팀은 식서스가 리그에서 유일했다. 미국의 독립을 상징하는, 미국인의 심장같은 도시 필라델피아에 연고를 둔 이 팀은 그들의 안방에서 ‘왕’이다.

7-27. 19일 마이매이와의 홈경기에서 식서스는 전반전에 상대팀에게 7-27런을 허용했다. 이 스코어는 패배의 원인이 됐다. 식서스는 후반에 악착같이 스코어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토바이어스 해리스(Tobias Harris)가 4쿼터 25.5초를 남긴 상황에서 3점슛을 성공시키며 2점차로 따라 붙었을 때 홈팬들은 역전과 함께 홈 연승행진을 기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알 호포드(Al Horford)의 오픈 3점슛 실패와 함께 그들의 홈 연승행진은 마감됐다. 비록 홈 연승은 끝났지만 식서스가 ‘안방의 왕’ 이란 표현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1. 더 프로세스(The Process)의 실패와 판타스틱 4

식서스는 ‘조엘 엠비드(Joel Embiid), 벤 시몬스(Ben Simmons), 알 호포드(Al Horford), 토바이어스 해리스(Tobias Harris)’ 속칭 판타스틱 4라 불리는 선발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4명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식서스가 지출한 돈은 6억 700만 달러다(한화 약 7078억).

식서스는 팀의 ‘부활’을 위해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는 ‘탱킹’ 의 길을 걸었다. 팬들은 그 길 이름을 ‘더 프로세스(The Process)’ 라고 붙여줬다. 우승을 향한 숭고한 과정이라는 의미다. 메이저리그의 휴스턴 애스트로스(Houston Astros)가 식서스의 롤모델이였다. 길고 긴 탱킹의 시간을 버틴 끝에 애스트로스는 2017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물론 지금 그 우승에 대한 논란은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지만). 애스트로스 우승의 중심에는 드래프트 픽으로 뽑힌 최고의 유망주들이 있었다. 이 글을 통해 드래프트 제도의 문제점을 논하진 않겠지만, 이 희한한 제도를 이용해 식서스는 3년간 2할 대의 처참한 성적을 내고 4명의 유망주를 선발했다. 바로 조엘 엠비드, 자릴 오카포, 벤 시몬스, 마켈 펄츠 였다.

하지만 식서스와 팬들이 함께 만들고 기다린 길 ‘더 프로세스’ 는 결국 실패했다.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떠난 동부에서 컨퍼런스 우승조차도 하지 못했고 그들이 뽑은 빅네임 유망주중 두 명은 이미 이 팀에 없다. 결국 식서스는 지갑을 열었고 7000억원을 들여 ‘판타스틱 4’를 구축했다.

2.‘안방의 왕’에서‘리그의 왕’이 될 수 있을까

‘식서스가 홈에서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홈과 원정 경기의 팀 스탯을 비교해봤지만 유의미한 수치는 없었다. 무책임하지만 “집은 편하기 때문에 안방에서 강하다”라는 게 우리의 답이다. 하다못해 친구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대결을 한다 해도 게임방보다 집이 편하지 않은가? 이미 그들은 홈에서 14연승을 했다. 홈에서 만든 수치는 당연히 승리에 대한 ‘결과물’이다. 이 결과물인 ‘통계 수치’로 근거를 만들기에는 무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요인을 찾는다면 득실마진과 엠비드의 출전 여부다. 식서스가 홈에서 14승 2패를 하는 해당 구간 득실 마진은 18점을 넘는다. 반면 6승 8패를 기록 중인 원정 경기에선 득실마진 –1.7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식서스가 14연승한 홈경기에서 엠비드는 모두 출전했다. 반면 그는 원정경기 15경기 중에서 9경기만 뛰었다.

올 시즌 홈에서 기록한 14승 2패를 포함해 시즌 20승 10패를 기록하고 있는 식서스는 36년 만에 팬들의 염원을 풀어줄 수 있을까. 리그 우승은 둘째 치고 지난 2001년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컨퍼런스 우승은 차지할 수 있을까. 4년 동안 암흑과도 같은 ‘더 프로세스’ 도 모자라 그들은 7000억원이 훨씬 넘는 돈도 썼다. 그러나 이번 시즌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도 그들은 현재 컨퍼런스 6위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번 시즌 동부지구의 패권경쟁구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식서스가 이 뜨거운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그 방법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1) 엠비드가 없는 시간을 버텨라

지난 포스트 시즌에서 식서스는 토론토 랩터스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그러나 엠비드가 코트에 서 있는 동안 식서스는 545대 455라는 놀라운 득실마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코트에 없을 때 기록한 147대 256이라는 스코어로 인해 시리즈를 내줘야만 했다.

엠비드가 식서스에서 뛰기 시작한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식서스는 그가 코트에 없을 때 단 한 시즌도 득실마진 +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런 극심한 온도차를 모를 리 없는 식서스 프론트가 지난 여름 엠비드 옆에 알 호포드를 붙여줬다. 그리고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식서스는 올 시즌 엠비드가 코트에 없을 때 득실만진 +4.6을 기록 중이다. 엠비드가 코트에 있을 때는 +8.3이다. 엠비드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여전하지만 호포드의 영입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기서 만족하면 안된다. 식서스는 엠비드가 코트에 없는 시간을 버텨야 한다.

올 시즌 엠비드는 총 23경기(식서스 경기 : 29경기, 엠비드 6경기 결장)에 출전했다. 식서스는 해당 구간에서 17승 6패라는 훌륭한 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엠비드가 결장한 6경기에서는 3승 3패, 5할의 승률을 거두는데 그쳤다.

(2) 4쿼터에 사라진 시몬스를 찾아라

식서스의 4쿼터에 가장 보이지 않는 선수는 벤 시몬스다. 지난 9일(한국시간) 식서스 홈구장에서 펼쳐진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 식서스는 3쿼터 한 때 20점차 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4쿼터에 36 대 24라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경기 막판까지 접전을 펼쳐야 했다.

식서스의 4쿼터는 판타스틱 4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들의 스타 포인트가드 벤 시몬스가 존재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몬스는 1,2 쿼터에 팀의 공격 중 20%를 책임진다. 그 비중은 3쿼터에 21.3%로 가장 높다. 그러나 4쿼터에 15.4%로 크게 감소한다. 이 낮아진 숫자는 그대로 토바이어스 해리스에게로 옮겨진다. 식서스를 상대하는 팀의 감독은 4쿼터에 토바이어스 해리스 수비에 집중하는 건 당연하다.

해리스의 4쿼터 슛확률이 떨어질 때 쯤 식서스의 브렛 브라운(Brett Brown)감독은 양쪽 코너에 조쉬 리차드슨(Josh Richardson)과 마이크 스콧(Mike Scott), 또는 마티스 타이불(Matisse Thybulle)을 활용한 오픈 3점 찬스를 노리는 전술을 자주 구사한다. 그러나 이 또한 봉쇄 가능하다. 두 선수 중 한 선수에게 더블팀을 붙이면 된다. 시몬스의 외곽 수비를 붙이지 않으면 이런 수비패턴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경기당 0.3개의 3점슛을 시도하고 0.1개의 성공을 거둔(올 시즌 2개 성공) 포인트 가드에게 클러치 상황에 외곽 수비를 집중할 필요는 없다.

슬램덩크의 풋내기 강백호도 장착한 점프슛을 왜 시몬스는 장착하지 못할까. 데뷔부터 늘 점프슛으로 조롱거리가 되었는데도 왜 개선하지 못하는지 식서스 팬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타고난 신체조건과 센스로 돌파 옵션이 워낙 훌륭하니 점프슛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시몬스는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미들&3점슛 등 공격 옵션을 다양화시켜야 한다. 지금보다 효율적인 플레이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난 경기에서 장거리 3점슛도 자신감있게 던진 밀워키 벅스(Milwaukee Bucks)의 야니스 아데토쿤보(Giannis Antetokounmpo) 모습을 보고 시몬스는 본인의 플레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3. 마치며

식서스와 팬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수년간 처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인내했다. 그 인내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식서스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투자에 대한 성과 또한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르브론 제임스가 떠난 동부지구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식서스 앞에는 밀워키 벅스, 보스턴 셀틱스, 마이애미 히트, 토론토 랩터스,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있다. 식서스가 홈 구장 웰스파고센터에서 보여주는 만큼의 퍼포먼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누구나가 다 알 수 있는’ 1. 엠비드가 코트에 없는 시간을 잘 버텨야 하고, 2. 시몬스의 내외곽을 활용한 4쿼터 공격 옵션 다변화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동부지구 패권 나아가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다.

과거 식서스의 에이스였던 알렌 아이버슨(Allen Iverson)은 꽤 자주 웰스파고센터에서 열리는 식서스의 홈 경기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낸다. 카메라에 비친 그는 특유의 슬픈 눈망울과 함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뛰면 좀 나으려나?”

팬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