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보스턴 셀틱스의 외로운 리더, 제일런 브라운(Jaylen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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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보스턴 셀틱스의 외로운 리더, 제일런 브라운(Jaylen Brown)

by contentory-1 202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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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는 WWE처럼 짜여진 스토리라인을 따라 흘러가는 애슬레틱 엔터테인먼트는 아니지만 긴 시즌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뒷이야기들은 팬들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작은 소재거리가 큰 뉴스가 되기까지 사무국은 미세한 부분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관찰하고 또 조정하면서 팬들 반응을 살핍니다. 결국 리그의 흥행은 많은 시선이 모이고,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고, 시청률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죠.

셀틱스 홈 TD 가든
셀틱스 홈 TD 가든

시즌 개막을 열기에 앞서 평가한 각 팀의 예상 전력에서 보스턴 셀틱스는 대체로 낮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제이슨 테이텀은 아킬리스건 부상으로 시즌 중 복귀가 불투명했고, 베테랑 알 호포드도 팀을 떠났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일런 브라운을 중심으로 셀틱스가 5할 승률 언저리를 맞춰 플레이오프 하위권 경쟁을 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셀틱스는 동부 농구의 핵심 뉴스 생산소인데, 시작 전부터 셀틱스 발 뉴스의 맛은 싱겁기만 했습니다.
 
시즌 일정의 20%쯤 흐른 지금은 어떨까요. 재밌게도 보스턴 셀틱스는 경기 승패와 관계없는 영역에서도 재밌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팬들의 주목을 받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체로 제일런 브라운입니다. 커리어나잇 퍼포먼스를 곁들이면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내는 그런 주연은 아닙니다. 오히려 ‘빌런’에 가까운 역할로 출연할 때가 많습니다. 알다시피 브라운은 크게 웃거나 화내거나, 트래시 토킹을 남발하면서 상대를 도발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인터뷰를 할 때도 조용히 읊조리듯 내뱉는 묵직한 저음이 인상적인 그는 어떻게 ‘빌런’처럼 뉴스에 자주 등장하게 됐을까요.
이 글에선 외로운 리더, 제일런 브라운이 시즌 초반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일런 브라운
일러스트 by Contentory

셀틱스의 시즌 출발은 미약.. 아니, 심각했습니다. 디트로이트 원정에서 119-113으로 경기를 패한 날 밤 “셀틱스, 3연패로 시즌 출발”이라는 뉴스레터를 받아든 보스턴 팬들 사이에선 조금씩 화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을겁니다. 그날 제일런 브라운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문제를 어서 해결해야만 합니다. 우리 문제 중 상당수는 수비 리바운드만 해결되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저도 더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차분했지만 매일 반복하는 패배를 끊어내기 위해 짚어낸 문제점은 정확했습니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셀틱스의 수비 리바운드 확보율은 58.8%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라운은 경기의 맥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아주 스마트한’ 농구 선수입니다. 이처럼 경기와 관련된, 승패와 관계있는 그런 영역에서 점잖게 자기 생각을 풀어낼 것만 같은 브라운 관련해 며칠 뒤 엉뚱한 뉴스가 생산됐습니다.
 
일명 ‘브라운의 헤어라인 논란과 트위치 스트림 사건’입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브라운의 진한 헤어라인이 상대 선수 유니폼에 시커먼 얼룩을 남겼다는 의혹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브라운이 자신의 트위치 스트림을 통해 이 논란을 정면으로 다루고 나섰습니다.

브라운의 스트리밍 장면
브라운의 스트리밍 장면

스트리밍 도중 브라운은 친구 세 명에게 머리를 깍이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그 장면에서 엉뚱하게 이런말을 했습니다. “이게 모두 보스턴 탓이야. 10년 간의 스트레스, 미디어, 챔피언십…전부 너희가 이렇게 만들고 만거라고.” 물론 이 말을 아주 화가 난 채로, 진지하게, 분노를 쏟아내듯이 그렇게 표현한 게 아닙니다. 장난스러웠죠. 하지만 이 말 속에서 브라운이 느끼고 있는 ‘압박’ ‘부담감’ 등은 충분히 떠올릴 만 했습니다.
 
올스타 레벨을 넘어선 브라운이 보스턴이라는 환경에서 최고 퍼포먼스를 유지해 가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오롯이 그 역할을 혼자 감당해야 합니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셀틱스 유니폼을 입은 뒤로 그는 오래도록 제이슨 테이텀과 함께 팀이 챔피언십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일런 브라운
제일런 브라운

기자들이 브라운의 트위치 스트림 해프닝을 그대로 방관할 리 없겠죠. 셀틱스가 시즌 첫승을 거둔 뒤 브라운은 또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헤어 논란과 그걸 그런식으로 다루게 된 계기를 조용히 설명해갔죠. “이 논란이 불거져 나왔을 때가 제 생일이었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았죠. 선물로 보스턴으로부터 ‘제일런 브라운의 날’을 받았는데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어서 경기에 나가서 반응을 보여주고 승리를 가져오고 싶었죠. 솔직히 헤어 논란?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그런 거보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많았어요.”
 
논란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생일 어떻고~’ ‘승리하고 싶다 어쩌고~’ 등으로 전혀 엉뚱하게 답을 내놨죠. 독특하면서도 똑똑한 브라운식의 대응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경기와 관계없는 가십의 이슈에서 살짝 벗어났습니다.

제일런 브라운
제일런 브라운

그러던 중, 이젠 코트에서 잔뜩 찡그리고 화만 내는 브라운의 언행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시즌 초반 브라운이 본격적인 악역이 되어 심판과 갈등을 겪는 스토리가 그려진 순간입니다. 발단은 유타 재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일어났습니다. 경기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순간 셀틱스는 1점차로 앞서 있었고 공격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그 때 공을 들고 있던 브라운은 재즈의 키욘테 조지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그 장면을 본 모든 이가 곧 귀에 휘슬 소리가 들릴 것으로 예상했죠(파울콜). 하지만 아무런 콜도 불리지 않았고 브라운은 턴오버를 범했습니다. 이 실책은 그대로 재즈의 속공 반격으로 이어졌고, 재즈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습니다.
 
경기 후 브라운은 매우 흥분한 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판정이 아닙니다. 심판이 제게 그러더군요 ‘아, 내가 그걸 못봤어’ 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심판 중 누구도 그걸 못볼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건 말도 안되는 XX같은 판정이었어요.” 결국 욕까지 내뱉고 말았는데요. 나중에 공개된 심판진의 공식 2미닛 리포트에서는 이 장면을 두고 ‘오심’이란 결론이 나왔습니다.

제일런 브라운
제일런 브라운

그리고 이어진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 이 경기를 끝낸 뒤에도 브라운은 심판과의 끝나지 않은 썰전으로 또 한번 미디어의 중심에 섭니다. 일단 경기 직후 브라운이 인터뷰한 내용부터 쓰자면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입을 다물고 있을게요.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지자 그에 대한 답도 같은 내용), 알겠습니다. 그냥 입 다물고 있을게요.” 상당히 날이 선 채 그 어떤 질문에도 같은 대답만 내놓은 브라운의 태도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 날은 또 왜 이런일이 발생했을까요. 매직과의 경기에서도 브라운은 심판 판정으로 또 한번 흥분했기 때문인데요. 브라운은 이 모든 상황이, 재즈에게 패한 날 본인이 욕을 섞어가면서 강도 높게 비판한 인터뷰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올랜도와의 경기에서 셀틱스는 4퉈터 중반까지 96-95로 앞섰지만 순식간에 경기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운은 이 경기에서 심판의 구체적인 오심 장면을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단 두번의 자유투 시도에 그친 자신이 파울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4쿼터에, 심판들은 분명히 자기들 입장을 제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운은 이 미묘한 갈등이 심판들이 자신의 언행에 보복한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긴거죠. 그리고는 앞서 쓴 것처럼 어떤 질문에도 ‘입 다물고 있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잔뜩 삐진 소년처럼 말이죠.

제일런 브라운
제일런 브라운

헤어라인 이슈와 트위치 해명, 심판과의 연이은 갈등과 강도 높은 인터뷰와 공격적인 언행. 제일런 브라운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모든 건 자연스럽게 생겨난 가십거리들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살짝 꼬집고 비틀어서 브라운이 미디어의 중심에 서게 만든걸까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보스턴 셀틱스는 농구 승패와 관계 없이 꽤 많은 날 브라운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뉴스창을 달궈왔습니다. 그러는 새 팀은 조금씩 안정 궤도에 올라섰고, 우리가 지금껏 알던 셀틱스 방식의 농구를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3점슛이지요.

현지 시간 26일(수) NBA컵 대회로 치러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경기에서 셀틱스는 117-114로 승리했습니다. 피스톤스는 이 경기 전까지 구단 기록과 타이(tie)인 13연승을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셀틱스는 43개의 3점슛을 던져 20개를 성공시키면서 피스톤스를 압도했고, 제일런 브라운은 33득점 10리바운드 5 어시스트로 대활약하면서 승리 견인차가 됐습니다. 사실 브라운은 거의 매일 밤 커리어나이트 급 활약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내용이 뉴스의 단골 소재로 소개 되진 않았습니다. 미디어는 브라운이 좀 더 나쁜 남자가 되길 바라고 있는걸까요. 그럼에도 셀틱스는 2연승, 10승째를 거두었고 조금씩 빈티지 셀틱스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외롭게 클러치 순간을 감당하는 브라운.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예상 밖의 성적을 내는 셀틱스의 리더십이 뭐냐”는 질문에 해박하고 영리한 답변을 진중하게 읊조리는 인터뷰를 하는 날이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빌런’으로 내세운 브라운의 역할이 썩 어울리진 않아 보이잖아요.

2023-24시즌 셀틱스 우승과 함께 파이널MVP를 받는 브라운
2023-24시즌 셀틱스 우승과 함께 파이널MVP를 받는 브라운

The Players
The Players

NBA, MLB, NHL, NFL 등에서 주목받는 선수(더 플레이어)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기록과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닌 플레이 스타일, 팀 내 역할, 그리고 경기장 밖의 훈훈한 이야기들도 함께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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