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제는 F1입니다.
이탈리아 모데나 가보셨나요. 저는 두 번 가봤는데요. 모데나에서 페라리 본사가 있는 마라넬로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페라리의 개인 테스트 트랙, 피오라노(Fiorano)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다리가 있습니다. 이 트랙 바로 옆에 페라리 F1 본사가 자리하고 있죠.
지난 1월 말, 루이스 해밀턴이 메르세데스를 떠나 페라리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이곳 피오라노에서 페라리 머신을 몰았습니다. F1 역사상 손꼽히는 드라이버 이적 중 하나였죠.

쌀쌀하고 흐린 날씨에도 수백 명의 팬이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고,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베어내는 열성적인 팬들도 있었습니다. 해밀턴은 팬들의 환호를 온몸으로 느끼며, 가족과 함께 감격적인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페라리 드림’을 현실로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지금, 보도에 따르면 그 나무들은 여전히 잘린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피오라노 옆 페라리 굿즈샵에서는 당시 루이스 해밀턴이 테스트에 사용한 해밀턴 머신의 1:18 스케일 모델도 판매하고 있죠.
하지만 2025 시즌을 마무리하는 페라리 내부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즌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분위기일 정도입니다.

연말 크리스마스 오찬에서 페라리 팀 감독 프레드 바세르(Fred Vasseu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았던 부분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았죠.”
이번 시즌 해밀턴은 2007년 F1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동안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죠. 동료 샤를 르클레르(Charles Leclerc)가 헝가리 폴 포지션과 7번의 포디움으로 몇몇 장면을 만들어냈지만, 팀 전체 성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난 해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맥라렌과 단 14점 차로 우승 경쟁을 벌였던 페라리가, 올해는 우승팀의 절반도 안 되는 포인트로 4위에 머물게 된 이유입니다.
해밀턴은 시즌을 “악몽”이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라고 표현했습니다. 평생 꿈꿔온 페라리 드라이버가 되었지만, 성적 면에서는 현실이 만만치 않았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세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차량 신뢰성, 피트스톱, 레이스 전략 등 몇 년 전 약점이었던 분야였죠.
“이 부분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하지만 더 개선해야 할 부분도 분명합니다.”

그건 바로 차가 충분히 빠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바레인 프리시즌 테스트에서 이미 맥라렌보다 속도가 떨어진다는 신호가 있었고, 중국에서는 스프린트 레이스에서 우승했지만 본 경기에서는 두 대 모두 기술 규정 위반으로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차고 높이 문제를 해결하려다 성능이 떨어진 것이죠.
4월 말, 페라리는 2025년 머신의 공력 개발을 중단하고 2026년 규정 변경에 맞춰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완전히 개발을 멈춘 건 아니고, 벨기에 GP에서 리어 서스펜션을 개선해 일부 문제를 해결했지만 시즌 내내 관심은 2026년으로 향했죠.
바세르는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시즌 초반 몇 경기 만에 개발을 멈춘다는 결정은 어려웠습니다. 옳은 판단이었지만, 팀과 드라이버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걸 과소평가했네요.”

팀이 차량 개발에서 손을 떼자,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해밀턴은 특히 심리적으로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시즌 막판 3연속 Q1 탈락 후, 그는 아부다비에서 “잠시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르클레르 역시 시즌 전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헝가리 폴, 모나코 2위, 아부다비에서 랜도 노리스(Lando Norris)를 압박한 장면 등 인상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전체 성적을 뒤집기에는 충분치 않았죠.
“이제 모든 게 끝났으니 쉬고 싶습니다.”
르클레르는 아부다비 이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2주 정도 완전히 쉬면서, 실망스러웠던 시즌을 잊고 싶습니다.”
그는 “2026년은 페라리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증명할 기회”라고 말하며,
“지금 아니면 안 됩니다(Now or Never)”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세르는 이에 대해 “드라이버의 말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하면서도, “2026년 규정 변경의 중요성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초기 격차가 향후 4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습니다.
2026년은 페라리에게 중요한 기회입니다. 기술 디렉터 로익 세라(Loic Serra)가 처음부터 관여한 첫 머신을 선보이고, 바세르 체제가 성숙해가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밀턴의 첫 시즌 이후, 페라리를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어느 때보다 강해지는 건 부담입니다. 해밀턴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7회 월드 챔피언의 최고의 모습을 다시 끌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1월 23일, 페라리는 새 머신을 공개합니다. 다시 피오라노 다리 위에 팬들이 몰리는 날, 새로운 희망이 시작될 것입니다. 해밀턴에게는 8번째 타이틀을 향한 불씨가, 르클레르에게는 월드 챔피언의 길이 열리는 순간이 될지 모릅니다.
과연 페라리는 2026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내년 마라넬로 크리스마스 오찬엔 축배를 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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