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전반의 인내, 후반의 결단 - 에메리가 완성한 아스톤 빌라 11연승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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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전반의 인내, 후반의 결단 - 에메리가 완성한 아스톤 빌라 11연승의 서사

by 더콘텐토리 202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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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골을 기록하고 기뻐하는 올리 왓킨스(가운데)
역전골을 기록하고 기뻐하는 올리 왓킨스(가운데)

무려 11연승입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스톤 빌라는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11월 6일 이후 치른 모든 공식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고, 리그 경기만 따져도 최근 8경기 전승입니다. 그 결과 순위는 어느새 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선두권에 있는 아스날과의 승점 차는 불과 3점에 불과합니다. 다음 일정이 바로 아스날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경기는 단순한 상위권 맞대결을 넘어 우승 경쟁의 흐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첼시전은 우나이 에메리(Unai Emery) 감독이 왜 ‘전술가’로 평가받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다만 출발은 아스톤 빌라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은 사실상 첼시의 경기였습니다. 점유율은 70대 30으로 첼시가 압도했고, 골 기대값 역시 1.97로 빌라를 크게 앞섰습니다. 반면 아스톤 빌라는 전반 45분 동안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며 공격 지표가 완전히 봉쇄된 모습이었습니다. 이 시점까지만 놓고 보면, 엔초 마레스카(Enzo Maresca) 감독이 에메리 감독을 전술적으로 앞섰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
우나이 에메리 감독

첼시의 전반전 압박 구조는 매우 정교했습니다. 핵심은 알레한드로 가르나초(Alejandro Garnacho)의 움직임이었습니다. 가르나초는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의도적으로 안쪽으로 파고들며 에즈리 콘사(Ezri Konsa)를 직접 압박했고, 이를 통해 아스톤 빌라의 전개 방향을 한쪽으로 제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앙 페드루(João Pedro), 페드루 네투(Pedro Neto), 콜 파머(Cole Palmer), 엔소 페르난데스(Enzo Fernández), 모이세스 카이세도(Moisés Caicedo)가 각각 1대1로 짝을 이루는 맨투맨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르크 쿠쿠렐라(Marc Cucurella)의 위치 선정이었습니다. 가르나초가 한쪽 측면을 사실상 버리고 안쪽 숫자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쿠쿠렐라는 측면으로 따라 나가지 않고 후방에 머물렀습니다. 이 선택 덕분에 첼시는 후방에서 항상 수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아스톤 빌라가 롱볼로 전개를 시도해도 공격수는 늘 수비수보다 한 명 적은 상태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전반전 동안 빌라가 완전히 묶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유리 틸레만스
유리 틸레만스

하지만 후반전에 들어서며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에메리 감독은 교체와 함께 구조 자체를 흔들었습니다. 제이든 산초(Jadon Sancho)와 올리 왓킨스(Ollie Watkins)를 투입하고, 유리 틸레만스(Youri Tielemans)를 10번 역할로 끌어올리며 4-4-2에서 4-2-3-1에 가까운 형태로 전환했습니다. 이 변화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전반전 내내 후방에 머물던 쿠쿠렐라를 끌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스톤 빌라는 콘사가 의도적으로 볼을 오래 소유하도록 유도하며 가르나초의 압박을 끌어냈고, 부바카르 카마라(Boubacar Kamara)와 틸레만스를 순차적으로 내려오게 하며 미드필더 압박까지 분산시켰습니다. 이후 원터치 패스로 다시 콘사에게 공을 돌리자, 가르나초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 매티 캐시(Matty Cash) 쪽 공간이 열렸습니다. 결국 쿠쿠렐라가 그 공간을 막기 위해 올라오자, 빌라는 즉각적으로 뒷공간 패스를 선택하며 1대1 구도를 만들어냈습니다.

동점공을 기록하는 올리 왓킨스
동점공을 기록하는 올리 왓킨스

왓킨스의 존재감은 이 국면에서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센터백을 끌고 내려왔다가 다시 뒷공간으로 침투하며 순수한 개인 대결을 반복해서 만들어냈고, 전반전과 달리 수적 열세가 아닌 동등한 조건에서의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후반전 아스톤 빌라는 결정적인 기회를 다섯 차례나 만들어냈고, 골 기대값에서도 첼시를 넘어섰습니다. 두 골 모두 왓킨스의 움직임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이 전술 변화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반대로 첼시는 전반전에 비해 수비 안정감을 잃었습니다. 전반전 슈팅 수는 많았지만, 주앙 페드루의 득점 장면과 한 차례 높은 기대값의 슈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낮은 확률의 시도에 불과했습니다. 아스톤 빌라는 4-4-2 수비 블록을 좁게 유지하며 중앙을 철저히 봉쇄했고, 측면 크로스는 허용하되 박스 안에서는 항상 수적 우위를 확보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열광하는 아스톤 빌라 원정팬들
열광하는 아스톤 빌라 원정팬들

결국 이 경기는 에메리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이 집약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전에는 버틸 줄 알았고, 후반전에는 과감하게 구조를 바꾸며 승부를 걸었습니다.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올 시즌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스톤 빌라가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사실은 감독의 조직력과 전술 완성도를 분명히 증명합니다. 이제 아스톤 빌라는 더 이상 깜짝 돌풍의 팀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진지하게 논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Off the P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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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등 유럽 여러 나라의 프로축구 경기 결과와 주요 포인트 등을 전해드립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년 북중미월드컵 관련, 국가대표 축구팀들의 다양한 축구 이야기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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