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야구계의 타노스 LA다저스, '카일 터커' 스톤까지 획득(feat. 리그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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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야구계의 타노스 LA다저스, '카일 터커' 스톤까지 획득(feat. 리그의 종말)

by contentory-1 202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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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영화 같은 승리를 따내면서 ‘리핏’으로 2025년을 마무리 짓고 이내 시작한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를 꼽으라면 카일 터커타릭 스쿠발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스쿠발은 아직 FA자격을 얻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과연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거즈가 팀을 재편할 것이냐’ ‘타이거즈가 원하는 수준에 상응하는 선수들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나’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타이거즈는 아직까지 스쿠발을 시장에 내놓을 마음이 없었고, 시간을 벌면서 셈법을 더 세밀하게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장 소비자들이 눈길을 준건 카일 터커가 됐습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또 얼마나 많은 돈을 받으면서 FA 계약의 새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경기가 열리지 않아도 야구 뉴스가 매일 업데이트 됐습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그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농구에서 여러 포지션을 탁월하게 수행해 낼 수 있는 선수를 가리켜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하는데, 카일 터커는 야구에서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유형의 선수입니다. 공을 잘 맞추면서 단타는 물론 장타도 아주 잘때려내고 수비도 일품입니다. 여기에 경기를 보는 시야도 넓고 주력도 준수하니까 어느 상황, 어떤 포지션에서도 효율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죠.

카일 터커

터커는 오프시즌 시장이 기대한 수준 그 이상을 뛰어넘는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습니다. 놀라운 건 이런 계약을 선물한 팀이 슈퍼스타가 드문 구단이 아닌 LA다저스라는 점입니다. 다저스가 계속해서 터커를 팔로우하고 있다는 뉴스가 줄을 이었지만 관찰이 최종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고 확신한 전문가는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터커는 현대 야구 패러다임에서 정말 매력적인 선수입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삼아서, 이 때부터 지난 시즌 끝까지 터커는 리그에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가장 높은 톱10 플레이어 중 한명입니다. 무서운건 이 10명 가운데 이미 3명이 다저스 선수라는 겁니다(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쇼헤이 오타니).

에드윈 디아즈

이제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리핏을 달성한 지난 11월보다 좀 더, 아니 훨씬 더 강한 팀이 되었습니다. 로스터 재능의 총합만 따진다면 리그 29개팀 누구도 다저스와 경쟁상대 조차 되지 않습니다. 다저스는 터커를 영입하기에 앞서 뉴욕 메츠로부터 에드윈 디아즈를 데려왔습니다. 베테랑으로서 경험축적치도 압도적인 디아즈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최악의 시간을 보낸 태너 스콧이 오는 새 시즌에 본인 커리어의 평균치만 해주기만 해도 이 팀의 8~9회는 물샐 틈이 없습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터커는 이제 미래의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되는 선수들과 함께 뜁니다. 이게 어쩌면 그의 존재감을 조금 감추게 되는 그런 것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저스 팀 전체의 전력을 놓고 보자면 결과값은 엄청난 상승효과가 될 겁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ESPN)가 제작한 ‘킹덤(캔자스시티 치프스 왕조 구축을 소재로 삼음)’이라는 스포츠 다큐를 재밌게 봤습니다. 이 프로그램 전반에 흐르는 NFL팬들의 심리는 “또 치프스가 슈퍼볼에 올랐냐” “지겨운 치프스”라는 반 치프스 감정이었습니다. 스포츠 팬들은 강력한 챔프에 반감을 가지고 누군가가 이 거센 흐름을 막아주길 바랍니다. 야구에선 NFL팬들이 가지는 그런 마음보다 더 큰 미움을 다저스가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리핏에 성공하고 에드윈 디아즈와 카일 터커까지 확보하면서 쓰리핏에 도전하는 지금까지 이 팀이 써온 스토리는 캔자스시티 치프스와는 그 결이 많이 다릅니다. 치프스는 오랜 암흑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앤디 리드 감독을 선임하면서 팀 재건에 시동을 걸었고, 스카우터가 비디오를 통해 우연히 발견한 패트릭 마홈스를 선택한 것이 명문구단으로 도약하는 데 가장 귀한 씨앗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치프스가 쓴 이야기는 아름다운 성장 스토리처럼 만들어질 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미 화려한 대저택에 사는 가족이 더 크고 번쩍거리는 궁전 같은 곳으로 이사하는 그런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슈퍼스타들을 모아 디비전의 최강자가 됐고, 또 슈퍼스타들을 더해서 내셔널리그를 지배했고, 여기에 또 다른 슈퍼스타들이 모여서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팀이 됐습니다.

 

물론 스포츠 역사 전반을 살펴보면, 막대한 돈을 써서 재능을 사들여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NBA에서는 2010년대 초반, 올스타 가드 드웨인 웨이드를 데리고 있었던 마이애미 히트는 르브론 제임스와 크리스 보쉬를 데려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2016년 여름에는 최전성기를 맞이한 케빈 듀란트가 이제 막 왕조 구축 초입에 들어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얼굴이 되어 달라면서 러브콜을 보낸 여러팀의 제안을 마다하고 다소 저렴한 계약을 맺은 듀란트는 2017년과 2018년 파이널 MVP에 오르면서 워리어스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탰습니다.

악의 제국 시절 뉴욕 양키스

물론 농구는 팀 수준이 어느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한 두명의 슈퍼스타 영입으로 큰 도전을 그려볼 만 했습니다. 반면에 야구는 강력한 선발투수나 홈런타자 한 두명 만으로 162경기와 포스트시즌을 지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에 양키스가 수두룩한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악의 제국’이란 별명을 달게 됐습니다.

그 선수들 이름을 한번 나열해보자면,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 제이슨 지암비, 랜디 존슨, 게리 셰필드, 알렉스 로드리게스, 조니 데이먼 등입니다. 물론 이 선수들 모두가 같은 시즌을 뛴 건 아니었습니다.

 

2003년을 앞둔 오프시즌, 양키스가 일본을 대표하는 거포 마스이 히데키와 쿠바 대표팀 에이스 호세 콘트레라스까지 동시에 영입하자 디비전 라이벌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사장 래리 루치노는 양키스를 가리켜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그의 부하들에 비유했고 이게 ‘악의 제국’이란 별명의 시작이 됐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양키스가 우승을 줄곧 차지한 건 1990년대 후반부였고, 악의 제국이란 소리를 들은 이후 양키스가 우승을 차지한 기억이 없습니다. 2009년이 되어서야 딱한번 우승을 했을 뿐이고 그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별명만 화려했지, 그 별칭에 어울리는 역사는 쓰지 못했던거죠.

다저스의 2024 월드시리즈 우승

그렇다면 다저스는 어떨까요. 지금의 다저스야 말로 진짜 ‘악의 제국’이란 표현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처럼 눈물겨운 탱킹의 시간을 거치면서 뽑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리그를 평정한 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양키스처럼 초대형 선수들을 데려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연달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새 시즌 다저스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더 강력한 팀이 됐습니다. 보통 우승을 하고 난 이후에는 어느정도 전력 손실이 있기 마련인데, 2연패를 한 팀 전력이 오히려 더 좋아진 사례는…미국 4대 스포츠 역사 어디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듣기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도 없고, 기대가 되는 유망주가 있는 팀도 아니지만 전 세계 야구 팬들의 눈이 다저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김혜성의 활약을 기대하는 국내 팬들도 그렇겠지요.

다저스의 2025 월드시리즈 우승

NFL 캔자스시티 치프스는 팬들과 경쟁자로부터 반드시 넘어서야 할 타도의 대상이 됐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그 대하드라마가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다저스는 ‘넘어 설 수 없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함께 뛰면서 우승을 하고 싶은’ 그런 팀이 됐습니다. 확신하건대 이런 팀은 없었습니다. 미움의 대상을 넘은 경외의 탑독인 이런 팀이요.

 

2026시즌의 LA다저스는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든 그런 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더독의 심정으로 다저스 타도를 외치기 보다는 그저 바라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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