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던 풀럼을 상대로 3대2 승리를 거뒀습니다. 후반 80분까지 2대0의 여유 있는 리드를 유지하던 맨유는 경기 막판 두 골을 연속으로 내주며 승리를 놓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종료 직전, 벤자민 세스코(Benjamin Sesko)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며 올드 트래포드는 다시 한 번 열광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마이클 캐릭이 임시 감독으로 팀을 맡은 이후, 맨유는 더 이상 결과만으로 설명되는 팀이 아닙니다.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널을 연달아 꺾었을 당시까지만 해도 이는 분위기 반전에 가까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풀럼전은 그 인식을 분명히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내려앉은 상대를 상대로도 경기를 설계했고, 후반 막판 찾아온 변수를 감정이 아닌 구조로 대응했습니다. 이 승리는 단순한 극장골이 아니라, 현재의 맨유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점에 가깝습니다.
동점을 허용한 뒤에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

풀럼전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결승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골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었습니다. 2대0으로 앞서던 경기를 추가 시간에 2대2로 따라잡혔을 때, 과거의 맨유라면 경기의 주도권뿐 아니라 심리적인 균형까지 함께 잃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동점골을 허용한 직후에도 선수들은 급하게 롱볼을 선택하지 않았고, 수비와 공격 라인이 끊어진 채로 무작정 박스 안으로 인원을 쏟아붓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감정적인 반응 대신, 경기 초반부터 유지해 온 구조를 다시 한 번 재확인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측면에서는 디알로와 루크 쇼가 각각 폭을 넓게 유지하며 풀럼 수비 라인을 좌우로 벌렸고, 중앙에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지속적으로 점유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요소는 속도가 아니라 선택이었습니다. 빠르게 공격을 마무리하기보다는, 수비를 충분히 끌어낸 뒤 가장 확률 높은 패스 경로를 선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지막 공격에서도 패스의 방향과 타이밍은 즉흥적이지 않았고, 경기 내내 반복돼 온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측면에서 수비가 반응하고, 중앙에서 타이밍을 맞춰 침투하는 흐름 속에서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결정적인 패스가 전달됐고, 그 결과 벤자민 세스코의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내려선 상대를 상대하는 방식의 변화

풀럼은 맨시티나 아스널처럼 전방 압박을 강하게 가져가는 팀이 아닙니다.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고 두 줄 블록을 형성해 공간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합니다. 여기서 마이클 캐릭 감독은 다른 해법을 꺼냈습니다. 미들즈브러 감독 시절 자주 사용했던 변형 쓰리백 기반의 점유 구조입니다. 캐릭 감독은 단순한 측면 크로스나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백스리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좌우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가져갔습니다.
좌측에서는 루크 쇼가 적극적으로 전진해 수비 라인을 끌어냈고, 우측에서는 디알로가 폭을 넓게 가져가며 상대 풀백을 고정시켰습니다. 중앙에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쿠냐가 반복적으로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들며 수비 간격을 벌렸습니다. 미드필드에서는 카세미루(Casemiro)와 코비 마이누(Kobbie Mainoo)가 상황에 따라 높이를 조절했고, 특히 카세미루의 전진 패스는 단순한 점유가 아닌 실질적인 전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상대를 억지로 무너뜨리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내려선 수비를 흔들어 빈틈을 만들고, 그 틈을 정확히 공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선제골로 이어진 세트피스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측면에서 반복적으로 압박을 가하며 호르헤 쿠엔카(Jorge Cuenca)의 반칙을 유도했고, 준비된 세트피스 패턴으로 연결했습니다. 경기 내내 일관된 공격 원리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이 경기는 전술적인 완성도가 분명히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카세미루 이후가 남길 과제

다만 이 경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약점도 있습니다. 시즌 종료 후 맨유를 떠날 카세미루의 존재감입니다. 단순히 이번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는 수비 블록 앞에서의 경합,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제공권, 그리고 빌드업 과정에서의 연결 고리 역할까지 모두 수행했습니다. 문제는 68분 그가 교체된 이후 경기의 균형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중원에서의 압박 강도가 떨어지자 풀럼은 중앙을 보다 쉽게 통과했고, 이는 결국 맨유의 82분 페널티킥 실점과 92분 동점골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현재 맨유의 구조가 특정 자원, 특히 카세미루에게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시즌 이후의 부재는 차치하고서라도 나이와 기동력, 그리고 시즌 전체를 소화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카세미루의 대안은 반드시 준비돼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지금의 맨유는 문제를 덮은 채 승리를 쌓는 팀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마이클 캐릭 감독이 구조 안에서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파악하고 개선하고 있으며, 이는 팀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맨유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