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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토리 오리지널/EPL

리즈 유나이티드 드디어 승격...그들의 '리즈 시절' 다시 올까

 

리즈 유나이티드(Leeds United FC)가 16년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다. 2019/2020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2위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WBA)이 허더스필드 타운과의 경기에서 1대 2로 패함으로써 1위 리즈 유나이티드는 남은 경기와 관계 없이 최소 2위를 확보, 다음 시즌 승격이 확정되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990년대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강호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전만 해도 리그 우승 3회, FA컵 1회를 들어올려 '강팀'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팀이었다. 60~70년대 1차 전성기 이후 1991/1992 시즌 승격 2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90년대 2차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이 때의 주역이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가 되는 '에릭 칸토나'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에는 어찌된 일인지 우승과 인연이 없는 '강팀' 이미지만을 갖게 된다. 1991/1992 시즌 디비전 우승 이후 10년 동안 4강에만 7번 오른 '잘 하지만 트로피가 없는' 그저 그런 팀이 된 것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토트넘이라고 할 수 있다.

 

전환점을 맞이한 건 2000/2001 시즌. 클럽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자 고무된 피터 리즈데일 회장은 당시 1억 파운드라는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다. 이 때 영입된 선수가 리오 퍼디난드, 로비 킨, 올리비에 다쿠르다. 여기에 비두카, 키웰, 라데베 등이 더해졌다.

 

전성기 리즈 유나이티드의 스쿼드를 보면 마크 비두카, 로비 킨(이상 FW), 해리 키웰, 리 보이어, 올리베이 다쿠르, 데이비드 베티(이상 MF), 대니 밀스, 루카스 라데베, 이언 하트, 리오 퍼디난드(이상 DF), 나이젤 마틴(GK)이었다. 여기에 조나단 우드게이트, 앨런 스미스, 로비 파울러, 제임스 밀너, 아론 레넌 등 젊은 선수들도 '리즈 시절' 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병행이 익숙치 않았던 리즈 유나이티드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에 오른 것과는 달리 리그에서 승점 2점 차이로 4위에 머무르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게 되었다(당시에는 3위까지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다).

 

클럽의 추락은 역설적으로 전성기가 될 줄 알았던 2002년부터 시작된다. 그 당시 리즈 유나이티드는 현재의 첼시FC나 맨체스터 시티와 달리 은행 차입으로 선수들을 수급하다 보니 성적이 담보되지 않으면 차입금을 갚을 수 없어 재정이 악화되는 구조였다. 당연하게도 선수들을 하나 둘 팔아넘기게 된다. 그나마 리오 퍼디난드는 30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받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적시켰지만 재정난이 진정되지 않자 로비 킨, 해리 키웰, 로비 파울러, 이언 하트, 우드게이트 등을 싼 값에 넘겼다. 해리 키웰은 당시 2000만 파운드의 가치로 평가 받았지만 500만 파운드라는 말도 안되는 헐값에 리버풀로 이적한다.

 

중심 선수들을 하나 둘 이적시키다 보니 경기력이 좋을 리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한 두 해 정도는 기존 선수들로 버텼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내고 2003/2004 시즌 후 결국 강등에 이르게 된다. 리즈 유나이티드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앨런 스미스는 팀의 강등이 확정되는 경기에서 패배 후 눈물을 흘린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리즈 시절'이란 표현은 강등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앨런 스미스의 경기력이 리즈 시절만 하지 못하자 한국 팬들이 '앨런 스미스 리즈 시절엔 참 잘했었지'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하게 되었고, 그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며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리즈 시절' 이후 한 때 잉글랜드 3부리그(리그1)까지 떨어졌으나 우여곡절 끝에 2부리그(챔피언십)까지는 올라온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리즈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리즈가 드디어 재기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그 시작은 2018/2019시즌 '광인'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의 선임이었다. 비엘사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에스파뇰, 올림피크 마르세유를 지휘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국가대표팀 수장으로도 활약한 명장이며 한 때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거론된 인물이다.  

 

비엘사 감독은 부임 후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리즈 유나이티드를 3위까지 이끌며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막판 프랭크 램파드가 이끄는 더비 카운티에 덜미를 잡히며 기회를 올 시즌으로 미뤄야했다.

 

절치부심한 리즈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포르투갈 출신 울버햄튼 윙어 엘데르 코스타(완전 영입), 프랑스 출신 RB 라이프치히 공격수 장-케빈 오귀스탱, 잉글랜드 출신 브라이튼 센터백 벤 화이트, 아스널 출신의 공격 자원 에디 은케티아(아스널 복귀) 등을 임대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기존 첼시 출신 공격수 패트릭 뱀포드, 발렌시아와 스완지 등을 거친 베테랑 파블로 에르난데스 등에 새로운 재능들이 더해지면서 전력이 상승했고 마침내 승격을 이루게 되었다.

 

 

 

팬들이 리즈 유나이티드의 승격을 반기는 이유는 단지 '리즈 시절'의 당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본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엄청난 라이벌이다. 지역감정으로 시작된 역사적인 경쟁관계이며 두 팀간의 경기는 일명 '로즈더비'라 불린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간의 '노스웨스트 더비'보다 더 치열했던 라이벌전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붉은색 유니폼은 랭커셔 가문의 붉은 장미를, 리즈의 흰색 유니폼은 요크셔 가문의 흰 장미를 상징한다. 이 경기는 한 번 붙었다 하면 훌리건들이 난동을 부려 경찰이 항상 긴장할 정도였지만 최근엔 리즈 유나이티드가 추락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이 우세해지면서 점차 축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더비다.

 

최근 경기력을 되찾아 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16시즌 만의 프리미어리그 복귀로 사기충천한 리즈 유나이티드의 더비가 리그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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