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셋방살이를 끝냈다. 그래도 아직 멀쩡한 집(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의 살림은 먼 이야기. 블루제이스는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을 빌려쓰다 12일(한국시간) 경기부터 자신들의 트리플 A구단 홈구장인 미국 버펄로 주의 ‘세일런필드’에서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세일런필드가 메이저리그 구장으로 야구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이 날 블루제이스의 선발투수는 류현진이었다. 상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마이애미 말린스.
류현진은 지난 경기에 이어 오늘도 호투. 1회에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넘겼다. 2회초에선 이 날 경기의 유일한 실점을 허용했다. 브라이언 앤더슨이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치는 체인지업을 그대로 받아쳐 솔로 홈런을 쳤다. 이 경기의 거의 유일한 실투가 이 홈런으로 연결된 체인지업 하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승부처나 위기 상황에서 류현진의 결정구는 A+였다(총 92구, 2안타 2볼넷).
경기를 보는 내내 블루제이스의 답답한 타선이 목을 막히게 했는데, 거포 유망주가 이렇게나 많은데(보 비셰트, 캐반 비지오,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등), 누구 하나 장타를 터뜨리지 못하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콱 막힌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준건 한국 언론에서 류현진의 승리도우미라 자주 언급하는 보 비셰트(과거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활약한 거포 단테 비셰트의 아들이다). 보가 6회말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류현진의 승리투수 조건을 충족시켜줬다.
이후 추가점을 뽑은 블루제이스는 1대4로 앞선 가운데 경기 막바지 9회초로 향했다. 세일런필드의 ‘운’이 부족했는지, 한국팬들에게 다소 낯익은 프란시스코 서벨리(강정호가 피츠버그에서 활약하던 시절 피츠버그의 주전 포수)가 동점 쓰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을 시작한 서벨리의 통산 홈런 개수는 이 경기 직전까지 단 40개. 41개째 홈런이 류현진의 승리 조건을 빼앗는 홈런이 되버리고 말았다. 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가게 만든 블루제이스의 불펜투수 앤서니 배스는 경기 직후 SNS를 통해 ‘반성’의 글을 남겼다.
승부치기 연장 10회초. 말린스의 로건 포사이드가 힘차게 돌린 배트에서 맞아나간 공이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누가봐도 파울. 어찌된 일인지 심판들은 홈런을 선언했고, 블루제이스는 당장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이 어이없는 판정을 되돌렸다. 볼썽사나운 판정은 류현진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서도 유난히 많았는데, 중계창에 버젓이 그려진 직사각형 모형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들이 볼판정을 받는가 하면 공 2개 반이나 빠진 공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도 해 던지는 투수로 하여금 밸런스 조절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다. 어쨌든 무실점으로 10회초를 막은 블루제이스는 10회말 1사 만루에서 트래비스 쇼가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내며 세일런필드에서 값진 첫 승을 거뒀다.
오늘처럼 류현진이 잘 던지고도 승리와 무관한 경기는 종종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리그 톱클래스 급의 마무리 투수 켄 자일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또 굳어버린 블루제이스 영건들의 방망이에도 좀처럼 단비가 내릴 기미가 안보인다. 비셰트의 3점 홈런 이전까지 블루제이스가 쏘아올린 14개의 홈런은 모두 쏠로 홈런. 그만큼 루상에 주자를 내기도 쉽지 않다.
우리 언론이 신바람 나게 ‘류현진, 완벽한 피칭으로 2승 챙겨’란 제목의 기사를 올리기 위해서 지금 그에게 필요한건 ‘운’이다.
어쨌든 오늘 류현진의 피칭을 내내 지켜본 결과 ‘그는 안정감 있는 에이스로 돌아왔다’.
PS : 오늘 류현진이 입고 등판한 블루제이스의 유니폼은 올해부터 유니폼 스폰서로 지정된 ‘나이키’가 첫 선을 보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스카이 블루 홈 저지 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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