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입장이 불가능한 올랜도 디즈니 파크에서 파는 가장 비싼 티켓은? 정답은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8번 시드 티켓’이다. 이제 그 티켓의 주인이 절반쯤 가려졌다. 14일(한국시간 이하 동일)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브루클린 네츠를 134 대 133으로 꺾으면서 이 티켓의 주인에 가장 근접한 팀이 됐다. 블레이저스는 16일 새벽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경기를 치러 승리하면 8번시드를 획득해 LA레이커스와 1라운드 대결을 펼친다. 만약 이 경기서 지면, 그리즐리스와 일리미네이션 매치를 한판 더 치러 진짜 주인을 가린다.
올랜도 버블(Bubble)에선 연일 명품 승부가 연출되고 있지만, 이 경기야말로 훗날 두고두고 회자될 ‘찐’승부가 아닐까. 경기 시작전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은 브루클린 네츠의 승리를 5% 미만으로 예측했다. 오늘 승부에 관계없이 동부컨퍼런스 7위를 확정지은 네츠가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일찌감치 경기에 에너지를 뺄 것이란건 동네 농구팬들도 다 알만한 예측이었으니까. 하지만 네츠는 이런 예상들을 정면으로 받아치며 품격 높은 NBA의 한판대결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네츠의 선수들이 모든 공격과 수비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대체 무엇을 위해 저렇게 뛸까’를 혼잣말로 중얼거리게 할 정도였다. 초접전 승부로 돌입한 4쿼터 도입부에 TNT(미국 케이블 방송사)리포터가 인터뷰를 신청한건 브루클린 네츠의 쟈크 본 감독 대행. 리포터가 ‘오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기 위해 집중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본 감독대행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공격 리바운드다’라고 답할 만큼 그는 승부에 집중했다(재럿 알렌이 4쿼터 신들린 공격리바운드쇼(6개)를 선보이며 감독 대행의 작전수행을 충실히 이행했다).
어쨌든 승리의 주인공은 블레이저스가 됐다. 이긴거야 팀이지만 진짜 주연은 데미안 릴라드(표준 표기법은 데이미언 릴라드)였다. 3쿼터 한 때 두자릿수로 점수차로 네츠가 앞서나가자 블레이저스 선수단 모두가 얼빠진 망아지 마냥 코트에서 어기적거리기 시작했다. 테리 스토츠 감독은 고집스럽게 맨투맨 수비를 고집했지만 느려터진 블레이저스 선수들은 계속해서 상대에게 오픈찬스를 허용했고, 부담없는 네츠 선수들은 신기(?)에 가까운 슛터치를 보여줬다. ‘제발 나에겐 공을 주지마’란 심리상태가 블레이저스 코트를 지배할 때쯤 상황을 정리한건 릴라드. 그는 특유의 뚱한 무표정으로 시종 붙어다니던 더블팀 수비수들을 바라보더니 하프코트를 넘자마자 딥쓰리 3점슛을 던졌는데(그걸 본 누구라도 ‘재 왜저러나’ 했을 정도의 거리였다), 그 슛이 클린샷. 이 때부터 블레이저스 선수단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승부의 무게추도 서서히 넘어왔다. 단언컨대, 이 로고(하프코트에 래핑돼 있는 NBA로고)슛은 두고두고 릴라드의 하이라이트 릴이 될 것이다. 4쿼터 클러치 상황(종료 5분전)에선 카멜로 앤서니, CJ맥컬럼, 유수프 너키치까지 득점 지원에 가세하며 종료 1분 10여초를 남긴 상황에서 4점차까지 앞서 나갔다.
하지만 네츠의 승리를 향한 열망은 영화 연출 그 이상이었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캐리스 르버트가 3점슛을 성공시키며 1점차 초 클러치 상황으로 끌고 간것. 설상가상 일점차 마지막 공격권도 브루클린이었다. 종료직전 던진 슛이 성공하지 못했기에 망정이지 네츠는 이 경기의 진짜 주인공을 피닉스 선즈로 만들 수도 있었다(블레이저스가 졌다면 피닉스가 멤피스와 8번시드 티켓의 결투를 갖는다).
릴라드는 ‘로고슛’을 포함해 42득점, 12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한건 물론이고, 14개의 3점슛을 던져 8개를 성공시켜 57.1%의 효율성을 보였다. 아니 매 경기 30~40점을 넣는 포인트 가드, 이에 준하는 또 다른 가드(맥컬럼) 리그 최고수준의 수비형 센터(너키치) 거기에 경험 넘치는 베테랑(카멜로 앤서니)까지 보유한 이 팀이 거의 모든경기를 접전으로 펼쳐야 하는 문제가 대체 뭘까. 경기 직후 테리 스토츠 감독은 “사실 CJ맥컬럼이 등부상 이슈가 있다. 더 자세한건 언급할 수 없다”면서 마치 맥컬럼이 좀 더 잘했다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었을거란 뉘앙스로 말했다(필자가 보기엔 당신이 제일 골칫덩어린데).
이제 8번 시드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경기가 남았다. 누가 이길 것 같은지 주위에 물어보시라. 대다수가 블레이저스의 승리를 예측할 것이다. 그런데 이 경기마저 초 접전으로 갈 것 같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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