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14번째 생일이 지난 소년의 공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4세 소년이 리틀 야구팀에서 던진 공의 구속이 90마일(144km)을 넘기자 지역 사회(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다. 지역 일대서 이 소년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 소년이 성장해 고등학생이 됐을 땐 직구 구속이 100마일(161km)까지 치솟았다. 소년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인 야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고 이젠 MLB선발투수가 됐다. 25세를 맞아 첫 올스타 투수로 뽑힌 그는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투수 루카스 지올리토(Lucas Giolito)다. 그가 26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치른 경기에서 큰 사고(?)를 쳤다. 2020시즌 첫 노히터(No-Hitter : 9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은 완봉경기)기록을 세운 것이다.
▣ 지올리터의 첫 노히터
노히터 경기는 162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풀 시즌(Full Season)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노히터 경기를 기록한 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저스틴 벌랜더(2019년 9월 2일)였다. 화이트삭스 투수가 노히터 경기를 선보인 건 2012년 4월 필립 엄버의 퍼펙트 게임 이후 처음이다(구단 통산 19번째). 지올리토의 피칭만 보더라도 투수와 포수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화이트삭스는 지난 오프시즌 포수계의 팔방미인 야스마니 그란달을 FA로 영입했다. 그란달은 타격과 수비 모두 갖춘 전천후 포수였기 때문에 구단이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팀의 1선발인 지올리토와는 잘 맞지 않은 포수였다. 지올리토는 그란달과 호흡을 맞춘 4번의 등판에서 방어율 5.66(20.2이닝)을 기록해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팀의 또 다른 포수인 제임스 매켄과 치른 3번의 등판성적은 달랐다. 방어율 0.78(23이닝)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늘의 대기록도 제임스 매켄과 함께였다.
* 참고로 투수가 노히터 경기를 펼치면 모든 동료들에게 태그호이어급의 손목시계를 돌리는 리그 관례가 있는데, 포수에게는 롤렉스 급 시계를 선물한다고 한다. 저연차의 연봉을 적게 받은 신인이 노히터를 기록하면 고참급 선배들이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 지올리터의 아마추어 시절
일반적으로 수준급 운동선수들은 혈통부터 운동 유전자를 물려받은 경우가 많은데 지올리토는 전혀 아니다. 부모님이 모두 영화배우였던 관계로 헐리우드 근처에서 카메라가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또래에 비해 큰 체격은 아니었지만 유독 긴 팔(Wing Span)이 그의 강한 구속을 뒷받침하는 물리적인 도구가 됐다. 지올리토는 고등학교 2학년 때 13경기 등판 중 12번을 선발투수로 나와 3번의 완봉승과 4번의 완투승을 기록하며 같은 나이대에는 라이벌조차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70.1이닝 78삼진). 이런 지올리토를 워싱턴 내셔널스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6순위로 선택했다(순위가 이렇게 밀린 건 그의 팔꿈치 상태를 의심하는 보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 지올리터의 마이너리그 시절
아마추어 시절부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 때문일까. 지올리토는 프로무대에 나서기도 전에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던 지올리토는 결국 빅리그에 데뷔하기도 전에 토미존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10개월의 회복기간을 거친 뒤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와 하위싱글 A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뒤 2015년에는 더블A까지 올라왔다. 지올리토는 마이너리그에서 체인지업까지 장착하며 매년 유망주 톱클래스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빅리그 데뷔가 시간문제처럼 보였지만 그가 속한 팀이 내셔널스였다는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내셔널스 선발 라인업은 맥스 슈어저-스티븐 스트라스버그-지오 곤잘레스-태너 로어크-조 로스 였다.
▣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다
지올리토는 내셔널스에서 빅리그 데뷔를 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진 못했다. 과거 100마일을 찍은 구속은 토미존 수술로 인해 94마일 까지 떨어졌다. 빅리그에 데뷔한 해 6경기에 등판해 방어율 6.75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남겼다. 그는 내셔널스가 화이트삭스로부터 애덤 이튼을 얻으려는 트레이드를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팀을 옮겼다. 화이트삭스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지올리토는 2019시즌을 앞두고 투구폼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아예 다른 팔스윙을 통한 스로우로 구속과 구위를 끌어올렸다. 그의 2019시즌 초반은 환상적이었다(5월 한 달 동안만 6경기 등판 5승 무패 방어율 1.74). 그리고 그 해 데뷔 후 첫 올스타 선발의 영광도 안게 됐다.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놓아버리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한 그는 팔꿈치 손상으로 인해 구속을 더 끌어올릴 수 없는 것에 미련을 버리고 같은 위력적인 슬라이더 피칭에 몰두했다. 그리고 올해 그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전국구 야구 유망주에서 마이너리그에서 쓴 시련기도 겪었던 루카스 지올리토. 유망주 넘치기로 소문난 화이트삭스는 지올리토와 더불어 요안 몬카다, 레이날도 로페즈, 일로이 히메네즈 등도 서서히 자기 영역을 뚜렷하게 보여주며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에서 꾸준한 승리를 챙기고 있다. 여기에 때마침 터진 지올리토의 노히터가 화이트삭스에 귀한 모멘텀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노히터 경기를 다시 챙겨보실 분들이라면 지올리토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눈여겨 보시는걸 추천 드린다. 그는 이 두개의 구종을 앞세워 피츠버그 타자들로부터 30개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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