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대표 지오 레이나 선수는 소속팀인 도르트문트에서 4시즌 동안 지켜온 7번 등번호를 최근 조브 벨링엄에게 내주고 21번을 배정 받았습니다. 반복된 부상과 감독 교체로 출전 기회가 줄어든 데다 벨링엄까지 이적하며 커리어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리그 중소 구단 이적이나 MLS 임대가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안 주는 것보다 줬다 뺐는 게 더 기분 나쁘다고 하죠. 같은 관점에서 축구 선수에게 자신의 등번호를 빼앗기는 심정은 굳이 축구 선수가 아니어도 짐작이 됩니다.

지난주 말, 도르트문트는 지오 레이나(Gio Reyna)가 4시즌 동안 입었던 등번호 7번 셔츠의 권리를 잃었다고 알렸습니다. "등번호 바뀌는 게 대수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 축구에서 등번호는 어느 팀에서나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윙어는 7번, 플레이메이커는 10번, 스트라이커는 9번 이런 식이죠. 따라서 11명이 뛰는 축구에서 11번 아래 등번호는 '주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럼 7번은 누구에게 돌아갔냐구요? 바로 올 여름 영입한 기대주이자, 레알 마드리드 주드 벨링엄의 남동생 조브 벨링엄(Jobe Bellingha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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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의 상심이 컸을 법도 한데, 구단은 이에 대해 그럴싸한 포장도 없었습니다. 너무도 건조하게 '갱신된 등번호' 게시물 상단에, 조브 벨링엄이 자신의 새 번호를 가리키는 대형 배너를 실었을 뿐입니다. 조브 벨링엄은 레이나보다 불과 3살 어린 선수라 더 뼈아팠을 겁니다.

4년 전만 해도, 레이나의 운명이 이렇게 바뀔지 누가 알았을까요. 당시 레이나는 다가오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얼굴 중 하나가 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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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그는 빠르게 성장했고 팀의 공격에 꾸준히 기여할 수 있는 뛰어난 재능을 지녔었죠. 카타르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 명단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 4년 뒤 북중미 월드컵이 열릴 즈음에는 당연히 팀의 주축이자 얼굴이 될 선수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장 가치는 현재 급격히 하락 중에 있습니다.
그의 축구 인생을 가로막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부상'입니다. 2021/22 시즌 시작 이후 지금까지, 레이나가 소화한 시간은 고작 1,929분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으실 텐데, 그가 2020/21 한 시즌에 뛰었던 시간보다 적은 수치라고 하네요. 또 지금까지 출전했어야 하는 시간의 15.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올 11월이 되어야 23세가 되는 선수 치고는 지나치게 긴 부상 이력이죠.

운도 실력이라지만 그에겐 운도 없었습니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감독이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임시 감독까지 친다면 무려 6번. 어느 감독이든 초반에 신뢰할 수 있는 선수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상당한 시간을 부상으로 결장한 레이나가 신뢰할 만한 선수로 선택 받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부상 문제는 주전이 확정되지 않은 선수에게, 특히나 빅 클럽 선수에게 더 심리적 압박을 주기 마련이죠. 다른 선수들은 기회를 받고, 좋은 인상을 남겨 주전을 확보하거나 빅 리그로 떠나갔지만 레이나는 극도의 심리적 압박 속에 출전 기회를 점점 더 잃게 됩니다.

레이나는 이제 어떤 커리어를 그려야 할까요. 레이나에게 던져진 새로운 등번호는 21번입니다. 그가 이를 받아들이고 팀에 남는다고 해도 상황은 아마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침체된 전 유망주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클럽의 계획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해야 할 일은 팀이 나아가는 만큼 똑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우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유럽의 중소 구단으로의 이적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세리에 A의 파르마가 레이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르마는 20년 넘게 1300만 유로(약 210억 원)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한 적이 없는 중소 팀입니다. 설령 관대한 재판매 조건을 협상한다고 해도, 한때 ‘신동’이었던 선수를 그 금액에 도르트문트가 내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MLS(메이저리그 사커)에서 반년간 임대로 뛰고 활약하는 것도 유럽의 다른 구단들에게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구단과의 계약이 이번 시즌 끝으로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레이나는 이런 선택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보기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챔피언스리그 수준으로 복귀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때 관심을 갖고 보던 선수라 그런지 제가 다 조바심이 나네요.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빠른 해결책이 나와야 할 거 같습니다. 이제 방향을 잃은 젊은 선수와, 이미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된 듯한 그의 소속 구단 모두를 위해, 타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브 벨링엄이라는 대체자가 있는 도르트문트가 아니라, 레이나가 감당해야 할 타격이 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레이나의 자국 월드컵 출전 실패로 까지 이어진다면, 그의 커리어와 축구 인생에 미칠 영향은 돌이킬 수 없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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