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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아스톤 빌라 잭그릴리쉬, 유흥형 미드필더의 환골탈태

by 더콘텐토리 2020. 6. 19.

 

 

 

"그릴리쉬는 경기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이자 큰 경기에서 더 돋보이는 빅게임 플레이어다"

토트넘의 레전드이자, 아스톤 빌라 전 감독 팀 셔우드(Tim Sherwood)는 레스터 시티와의 리그컵 준결승 경기 후 팀을 결승에 올린 잭 그릴리쉬(Jack Grealish)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스톤 빌라 감독 시절 사생활 문제로 잦은 물의를 일으킨 잭 그릴리쉬에게 속 꽤나 끓였을 팀 셔우드이지만 오랜 부진을 씻고 톱 클래스 반열에 오른 애제자의 모습에 미소를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폴 개스코인(Paul Gascoigne)을 연상시키는 담대하고 출중한 실력에도 ‘웃음 가스’를 흡입하고 음주 후 길바닥 취침도 마다하지 않는 기행 때문에 ‘유흥형 미드필더‘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선수. 악마의 재능 잭 그릴리쉬가 부활하며 잉글랜드를 넘어 전 유럽의 주목을 끌고 있다.

잭 그릴리쉬의 어린시절

잭 그릴리쉬는 1995년 9월 10일 잉글랜드 중부 버밍엄에서 태어났다. 잭 그릴리쉬의 가족은 아일랜드계 부모님과 잭 그릴리쉬, 남동생 한 명 그리고 여동생 두 명이다. 그의 가족 6명은 모두 아스톤 빌라의 열렬한 팬이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잭 그릴리쉬는 6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아스톤 빌라에 입단한다. 아스톤 빌라 입단 후 단 한 번도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지 않았으니 뼛속까지 ’빌라맨‘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어린시절 가장 좋아했던 아스톤 빌라 스타는 공격형 미드필더 폴 머슨(Paul Merson)이었다. (아래는 잭 그릴리쉬(왼쪽)와 그의 사촌 션 밀스(Sean Mills)가 폴 머슨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잭 그릴리쉬는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축구재능으로 영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12년 불과 16살의 나이로 프리미어리그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 2013/2014시즌 노츠 카운티(Notts County F.C.)에 1년 간 임대되어 37경기 출장에 5골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다. 그 때 그의 나이가 17세다. 2014/2015시즌 소속팀인 아스톤 빌라로 복귀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기력을 인정받아 주전으로 도약한다.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아스톤 빌라를 프리미어리그에 잔류시키는 데 1등 공신이 된다. 잭 그릴리쉬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초특급 유망주로 급부상하게 되지만 곧 그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흥형 미드필더

위에서 언급했듯이 잭 그릴리쉬는 영국 현지에서 악마의 재능이라고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기행과 사생활 때문이다. 앞서 ‘웃음 가스’인 이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음주 후에 길바닥에 누워 취침한 사건을 차치하고라도 2015/2016시즌 빌라가 프리미어리그 강등위기에 처한 시기 맨시티에 4대 0으로 패배한 날 밤에도 클럽에서 유흥을 즐긴 사실이 들통나 2군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
결국 다시 돌아왔지만 팀은 강등되고 만다. 공교롭게도 이 시즌 잭 그릴리쉬가 출전한 16경기에서 빌라가 모두 패하면서 특정 선수 출전시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운다. 아스톤 빌라의 강등이 온전히 잭 그릴리쉬의 탓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였기에 그의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그 이후 잭 그릴리쉬는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보다 성장이 뒤쳐졌고 그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했던 팬들도 하나 둘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부상과 성숙해진 멘탈

2017/2018시즌 그의 축구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이 발생한다. 시즌 시작에 앞서 치러진 왓포드(Watford)와의 친선 경기에서 잭 그릴리쉬는 큰 부상을 입는다. 팀 동료였던 왓포드 미드필더 톰 클레버리(Thomas William Cleverley)와 헤딩볼 경합 과정에서 생긴 충돌로 그의 신장은 두 개로 쪼개졌다. 의사에게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심한 부상이었다. 그는 일간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신장을 걷어차였는데, 그게 두 부분으로 찢어졌다. 체내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살면서 느껴본 최악의 고통이었다"며 그 때의 고통을 생생히 밝혔다.
그의 재활을 도운 건 스티브 브루스(Steve Bruce) 감독이었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잭 그릴리쉬가 병원에 있을 때 두 번이나 직접 그를 찾았고, 그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 이틀에 한 번씩 영상통화를 했다. 잭 그릴리쉬는 “그런 일이 있고나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결승골을 넣는다면 그에게 바치겠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약 석달 가량의 부상치료에서 돌아온 잭 그릴리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멘탈이 한층 단단해져 돌아온 그는 숨겨뒀던 그의 재능을 펼치기 시작한다.

팀에서의 영향력

아스톤 빌라는 잭 그릴리쉬의 원맨팀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조차 부진하던 아스톤 빌라는 잭 그릴리쉬가 정강이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스완지 시티와의 복귀전 포함 10경기를 내리 이겼다. 잭은 부상으로 12월 15일부터 2월 말까지 총 13경기를 결장했는데 이 기간 빌라 성적은 2승 7무 4패였다. 하지만 그가 복귀한 후 시즌 마지막까지의 13경기에서는 1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잭 그릴리쉬가 없을 때의 승률은 15%였지만 그가 복귀한 이후 승률은 85%까지 치솟았다. 결국 더비 카운티와의 플레이 오프에서도 승리하며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다.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이번 시즌도 그는 7골 5도움(23경기 출전)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그의 공격 포인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잉글랜드 선수는 많지 않다. 기록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스톤 빌라의 공격은 잭 그릴리쉬에 의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 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감아차기 골, 사우샘프턴 전의 발리 골 등은 아스톤 빌라가 승점을 챙기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스타일과 약점

잭 그릴리쉬의 볼 소유 능력과 테크닉은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그가 갖고 있는 축구 센스와 지능은 현재 주가가 치솟고 있는 레스터 시티 제임스 매디슨(James Maddison)과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공격포인트에서는 잭 그릴리쉬가 앞서지만 경기 조율능력에선 제임스 매디슨이 앞선다고 평가받는다.
* 잭 그릴리쉬 : 23경기, 7골 5도움, 경기당 40.91 패스, 크로스 성공률 17%
* 제임스 매디슨 : 24경기, 6골 3도움, 경기당 48.21 패스, 크로스 성공률 26%
기록적인 면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선수의 완성도와 결정력면에서 잭 그릴리쉬가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두 선수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리그 컵 준결승에서 아스톤 빌라가 레스터 시티에 2대 1로 승리하면서 잭 그릴리쉬의 간접적인 우위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잭 그릴리쉬도 피지컬적인 면과 체력적인 부분은 약점이다. 전반과 후반을 비교해 보면 기동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잭 그릴리쉬는 빌라 공격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부족한 기동력은 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또 생각보다 잦은 부상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이한 사생활도 잭 그릴리쉬의 발목을 잡을 잠재적 문제점이라 평가 받는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스카이 스포츠 해설가였던 앤디 그레이(Andy Grey)는 잭 그릴리쉬가 아스톤 빌라를 결국 떠날 것으로 봤다. 그는 “잭 그릴리쉬와 그의 가족들이 열렬한 빌라 팬인 걸 안다. 또한 그가 이 클럽에서 주장으로서 플레이하는 데 만족하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도 이제 24살이다. 시즌이 끝나면 그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8월에 그는 빌라 파크(Villa Park)에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그의 이적을 점쳤다. 실제로 그는 많은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6일 영국 일간 ‘미러’에 따르면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이 유력한 잭 그릴리쉬를 스페인의 양강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까지 주시하고 있다.
물론 가장 유력한 곳은 맨유다. 9일 영국 일간 ‘더 선’은 잭 그릴리쉬가 “아스톤 빌라를 떠난다면 맨유로 가고 싶다” 말했다고 보도했다. 맨유 역시 그릴리쉬를 원하고 있다. 폴 포그바와 결별이 유력한 맨유는 새로운 미드필더를 찾고 있다. 맨유는 그릴리쉬를 통해 그 공백을 메우려 한다. 그릴리쉬의 몸값은 6000만파운드(약 912억원)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데, 포그바를 이적시킬 경우 그리 부담 되는 액수는 아니다.
손흥민의 토트넘도 잭 그릴리쉬의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토트넘은 12일(한국 시각) 공식 인스타그램에 'Our next three...'라는 멘트와 함께 그의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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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next three... 👊 #COYS #THFC
A post shared by Tottenham Hotspur (@spursofficial) on Feb 11, 2020 at 4:38am PST

토트넘이 여전히 잭 그릴리쉬 영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토트넘의 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여름 이적료 2500만 파운드(약 380억원)에 그릴리쉬의 영입을 노렸으나 아스톤 빌라에 거절당했고, 2019년에도 한 차례 더 영입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6일 오후 11시(한국 시각)에 벌어질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아스톤 빌라의 경기가 관심을 끄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아스톤 빌라가 비록 강등권 경쟁에 있는 팀이지만 최근의 눈부신 활약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까지 거론되는 잭 그릴리쉬를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관전하는 중요 포인트이자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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