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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MLB Re:play] 눈 먼 심판을 눈 뜨게 한 라이언 브론

by 더콘텐토리 2020. 7. 28.

 

DAY FIVE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디어 메이저리그를 강타했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선수들과 코치진이 집단 감염(무증상 감염자 포함)증세를 보여 오늘 예정된 볼티모어 오리얼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경기는 연기됐다. 지난 3월 단 한명의 감염자가 나와도 리그를 중단시켰던 프로스포츠는 이제 코로나와 공존하기를 선택한걸까. 사무국은 리그를 중단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 

시카고 컵스의 존 레스터는 ‘난 아직 살아있다’를 외치며 완벽투를 펼쳤지만 불펜의 아쉬운 투구로 난데없는 접전승부를 연출했다. 신시내티 레즈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시즌 출발이 너무 불안하다.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디트로이트의 물러터진 마운드를 향해 마구잡이 사격을 가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의 몰락이 다소 씁쓸하다. 

1.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시즌 2승 2패)  5-14 탬파베이 레이스(시즌 3승 1패)

평소 다소 점잖은(?)야구를 하는 레이스가 화끈한 불방망이질을 과시했다. 찰나와 같이 지나가버린 전성기를 되찾고 싶었던 마이크 폴티네비치(브레이브스)는 오늘 경기 직후 지명 할당되어버렸다. 세월무상이란 말도 쓰기 애매한 아주 잠깐의 전성기는 이제 영영 돌아오지 않을 듯(3.1이닝 6실점 4안타 4볼넷). 최지만은 리드오프 1루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볼넷 이후 1득점). 최지만은 이제 대놓고 스위치 히터다. 7회 브레이브스가 좌완 투수를 내자 슬쩍 발을 옮겨 우타석에 섰다. 탬파는 최지만의 진루를 포함해 선발타자 전원이 1루를 밟았다. 개막전부터 균형잡힌 전력을 인정받은 탬파베이는 안정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2. 토론토 블루제이스(시즌 2승 2패) 4-1 워싱턴 내셔널스(시즌 1승 3패)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내셔널스가 벌써 3패를 당했다. 악재가 겹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시즌 아웃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루제이스의 새끼 파랑새들의 활약이 토론토의 경기를 몰입해 보게 한다. 오늘은 그 중심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1회 선두타자 홈런을 포함해 홈런 두방을 쏘아댔다(오늘 블루제이스가 낸 4점 모두 솔로포).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선 손튼은 4이닝 8피안타를 맞았지만 적재적소에 삼진과 범타처리를 해내며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파랑새 군단에 희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마무리 켄 자일스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로열 패밀리 보 비셰트가 왼쪽 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고, 랜달 그리칙도 몸이 좋지 않다. 그래도 이 팀엔 왠지 모를 에너지가 넘친다.  

3. LA 에인절스(1승 3패) 0-3 오클랜드 애슬레틱스(3승 1패)

최근 몇 년동안 리그에서 가장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 중하나가 에인절스. 아이러니 하게도 이 팀에는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남자’ 마이크 트라웃이 있다. 이런걸 보면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란게 분명하다. 그래서 구단이 통큰 결정을 내려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했고, 명장 조 매든 감독도 데려왔다. 올해는 어떨까. 여전하다. 오늘도 수 많은 잔루를 남기면서 경기 시간만 질질끌다 완봉패를 당했다. 필자의 눈은 아마추어지만 ‘오타니 쇼헤이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말도 안되는 스윙 궤적과 온 몸이 무너져 버리는 헛 스윙을 보고 있자니 길었던 오프시즌 그에게 무슨 사고라도 있었나 싶다. 어쨋든 탬파베이와 함께 아메리칸 리그의 짠물야구 대명사 오클랜드도 시즌 출발이 참 좋다. 

4. 캔자스시티 로열스(2승 2패) 14-6 디트로이트 타이거즈(2승 2패)

로열스가 로열스 답지 않은 야구를 하며 대승을 낚았다. 로열스는 오늘 홈런 6방을 치며 팀 자체 ‘홍백전’을 치르는 듯한 경기를 선보였다. 설렁 설렁 타석에 들어서도 설렁 설렁 던진 공을 그저 받아치기만 해도 됐을 정도였다. 마이켈 프랑코가 무려 홈런 두 방을 쳤고 살바도르 페레스, 윗 메리필드, 호레 솔레어, 브렛 필립스가 동전을 넣지도 않고 배팅 머신 같은 공을 뻥뻥쳐댔다. 덕분에 외야 전광판에 큼지막하게 보이는 ‘쉐보레’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근 디트로이트 경기를 보면 선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의문이 많이 드는데 그만큼 처음 보는 선수들이 많다. 타이거즈는 올 시즌 미래를 향한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충분히 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 경기에서 눈에 띈 장면 하나. 미겔 카브레라가 타석에 등장하자 외야수 3명과 내야수 4명 도합 7명이 모두 외야진에서 수비를 펼치는 희한한 쉬프트를 선보였다. 

5. 밀워키 브루어스(2승 2패) 6-5 피츠버그 파이어리츠(1승 3패)

이 경기 주심이 아마도 경기 직후 기분 좋은 약속이 잡혔었던 것 같은데 브루어스의 라이언 브론이 눈이 먼 심판에게 철퇴를 내렸다. 1-5로 패색이 짙었던 브루어스는 9회 어찌어찌 3-5까지 따라붙었다. 투 아웃까지 몰린 상황에 주자는 2, 3루. 안타 하나면 동점을 만들 상황이 연출됐다. 타석엔 왕년의 MVP 라이언 브론. 상대 투수 크릭이 초구와 두 번째 공을 연달아 말도 안되는 바깥족 로케이션에 꽂았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한 건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 이 콜이 재밌는게 두 공 다 같은 로케이션에 빨려들어갔는데 다시 봐도 공 4개는 빠진 존(ZONE)이었다. 어서 빨리 경기를 종료 시키고 싶은 심판의 마음은 이해했지만 ‘해도 너무했다’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크릭이 브론을 향해 던진 다음공도 말도 안되게 빠진 낮은 볼. 브론은 혹시라도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까봐 이걸 적시타로 만들어 기어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경기는 승부치기 끝에 브루어스의 승리. 이런 경기를 보면 ‘정의는 살아있다’라는 3류 격언이 진짜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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