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 시각) 런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19/2020 EPL 30라운드 경기가 1대 1 무승부로 끝났다. 이 경기 결과 갈 길 바쁜 두팀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 달성이 불확실해졌다. 이 경기는 ▲코로나로 리그가 중단 된 이후 각 팀이 처음 치르는 경기라는 점과 ▲무리뉴 감독이 전 소속팀과 맞붙는 '무리뉴 더비'라는 점에서 경기 시작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경기 직전까지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 자신이 이끌었던 첼시, 맨유와 맞붙어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3전 3패).
양팀 모두 경기력 자체는 그리 좋지 못했다. 1대 1이라는 스코어가 말해주듯이 경기 내용이 기대만큼 흥미있는 경기도 아니었다. 부상으로 6개월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던 토트넘의 해리 케인(Harry Kane)은 아직 적응이 더 필요해 보였고,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에릭 라멜라(Erik Lamela)는 경기 템포를 죽이는 드리블로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맨유도 마찬가지였다. 수비력 하나만은 누구나 인정하는 아론 완비사카(Aaron Wan-Bissaka)지만 공격에 있어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부정확한 크로스로 맨유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중앙선 안쪽까지 전진했던 해리 매과이어(Harry Maguire)는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 복귀가 늦어 팀에게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팀 선수들과 축구팬들은 축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번 경기에서는 다른 경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나 의외의 순간들이 많이 나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포그바의 부상 복귀와 B.페르난데스와의 조화
이 날 맨유팬들의 관심은 부상으로 이탈했던 폴 포그바(Paul Pogba)가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는가, 그리고 맨유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B.페르난데스(B.Fernandes)와의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에 있었다. 포그바는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긴 재활을 거쳤기에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고작 8경기를 소화했다. 후반에서야 교체투입 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포그바의 복귀는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었다. 후반 18분 교체 투입된 포그바는 후반 36분 골라인을 따라 돌파하던 중 에릭 다이어(Eric Dier)를 순간적으로 제치며 동점골을 만드는 페널티킥을 유도해냈다. 페널티킥은 B.페르난데스가 성공시켰다. 포그바의 활약은 페널티킥 유도만이 아니었다. 전매특허인 빠르고 긴 패스로 맨유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27분간 18개의 패스 중 17개를 성공시켰다. 경기 후 솔샤르 감독은 “포그바는 우리가 만들어가기를 원하는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던 최고의 선수를 다시 얻었고 그가 팀에서 밸런스를 맞춰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허를 찌르는 B.페르난데스의 정상적(?) 페널티킥
B.페르난데스가 맨유에 데뷔한 이래 그의 출중한 실력에 더해 독특한 페널티킥이 화제가 됐었다.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다가 순간적으로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는 동작으로 EPL 왓포드와의 경기와 유로파리그 브뤼헤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모두 성공시킨 바 있다. 첼시의 조르지뉴와 비슷한 유형의 이 페널티킥은 그가 세리아A 삼프도리아 시절 테크니컬 코치에게서 배운 것이다. 오늘도 포그바가 유도한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 그가 걸어나올 때 모든 맨유팬들과 토트넘 요리스 골키퍼는 당연히 그의 독특한 페널티킥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상적인(?) 페널티킥. 그리고 동점골 성공. 알려진 비밀이 하나 있다. 그는 축구선수 마리오 주로프스키(Mario Gjurovski)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페널티킥 모션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골대 왼쪽 구석으로 빠르게 골을 성공시킨 B.페르난데스는 이를 드러내는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속았지?"
평소 헤더 보기 힘든 손흥민의 3번의 헤더
#손흥민은 좀처럼 헤더를 하지 않는다. 프로통산 132골과 A매치 26골 합해 딱 10골, 6.3%밖에 되지 않는다. 호날두가 지난해 700골 기준 128골(18.3%)을 헤더로 성공했으니 손흥민의 헤더 골 비율은 매우 낮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기 힘들었던 손흥민의 헤더를 오늘은 3번이나 볼 수 있었다. 손흥민은 수비 상황에서 빠르게 내려와 맨유의 코너킥을 2번의 헤더로 걷어냈다. 공격에서도 지난 1월 노리치전에서의 헤더골 이후 모처럼 헤더를 볼 수 있었다. 전반 31분엔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헤더를 날렸다. 우측면서 스티븐 베르흐바인(Steven Bergwijn)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가 올라오자 머리에 정확히 맞혔다. 골문 구석을 향해 골망을 흔들 것 같던 공은 안타깝게도 다비드 데 헤아(David de Gea)의 손 끝에 걸렸다. 손흥민도 아쉬웠는지 머리를 감싸쥐었다. 호주 레전드 골키퍼 마크 슈워처는 BBC를 통해 “손흥민의 정말 좋은 헤더는 (거의)골이었다. 데 헤아의 세이빙에 막혔다.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에릭센이 빠진 토트넘의 전담키커 손흥민
그동안 토트넘의 전담키커는 크리스티안 에릭센(Christian Eriksen)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에릭센이 인터 밀란으로 떠나면서 현재 팀에 확실한 세트피스 키커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경기에서 무리뉴 감독은 맨유전에서 그 역할을 손흥민에게 맡겼다. 손흥민은 경기 중 코너킥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전담해 찼으며 후반 39분에는 페널티 박스 앞 프리킥 찬스에서 프리킥까지 맡아서 찼다. 그동안 같은 상황에서는 해리 케인이 많은 골을 넣었기에 국내 팬들은 당연히 케인이 찰 거라 생각했는데 손흥민이 킥을 맡아 많이 놀랐다고 한다. 수비 벽에 막혀 굴절되기는 했지만 훈련장에서 손흥민의 킥 감각이 나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순간이다. 물론 이후에 얻은 프리킥은 다시 해리 케인이 찬 걸로 보았을 때 앞으로 프리킥을 전담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예상을 깬 에릭 다이어-다빈손 산체스 센터백 활약
토트넘의 선발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모든 이들이 의아했던 점은 바로 에릭 다이어-다빈손 산체스(Davinson Sanchez) 센터백 조합이었을 것이다. 토트넘은 오랜 기간 토비 알데르베이럴트(Toby Alderweireld)- 얀 베르통언(Jan Vertonghen) 센터백으로 강력한 수비라인을 형성해 왔었다. 물론 최근 베르통언이 컨디션 저하와 재계약 문제 등으로 선발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했지만 알데르베이럴트의 결장에는 팬들과 전문가들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과는 물론 반쪽의 성공이었다. 에릭 다이어가 포그바에게 반칙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주고 말았다.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면 물론 반쪽 성공이지만 다이어-산체스 라인은 이번 경기에서 매우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특히 다이어는 앙토니 마시알(Anthony Martial)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 팀을 실점 위기에서 구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어는 원래 센터백 자리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지난 3월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와 인터뷰에서 "내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고 앞으로도 뛰게 될 포지션이 바로 센터백이다. 포체티노 감독 아래에서는 올시즌 센터백으로 2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온 뒤 그 자리에서 뛸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며 센터백 포지션에서의 자신감을 내비쳤었다.
무리뉴 감독은 오늘 왜 이 조합을 가동했을까. 그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재개 전에 맨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 맨유가 순간적인 역습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맞대응 하기 위해 다이어-산체스 라인을 세웠다"고 말했다.
오늘 활약만을 봤을 땐 앞으로 이 라인을 가동하는 것도 팀에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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